세상의 종말이 다가왔습니다!

세상은 거대한 재앙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1926년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고대의 존재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죽음과 광기로 세상을 위협하려 합니다. 기괴한 추종자 집단과 형언할 수 없이 끔찍한 괴물이 현실의 경계를 갈기갈기 찢어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차원문을 열고 온 대륙으로 퍼져나갑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단 몇 명의 용감한 조사자들만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있을 뿐입니다. 결연에 찬 조사자들은 갈고 닦은 기술과 무기로 고대의 존재에 맞서기 위해 일상을 등지고 일어섭니다. 이들은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탐험을 해야 하며, 그림자 속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악몽같은 괴물들과 싸워나가고, 마침내 이 섬뜩한 공포에 도사리고 있는 고대의 비밀을 찾아내야 합니다!

엘드리치 호러(FFG, 2013) 게임 상자 뒷면에서 발췌

> 들어가며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 H. P. 러브크래프트

엘드리치 호러는 H. 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세계관에서 잠들어 있는 고대의 존재들이 깨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사자가 되어 전지구적인 모험을 하며 괴물들과 공포에 맞서는 협력 게임입니다. 고딕 호러 장르에서 독특한 영역, 코스믹 호러(코스모시즘)의 기틀을 세운 H. P. 러브크래프트는 당시대에는 위어트 테일즈와 같은 펄프 픽션 잡지(싸구려 소설 잡지)에 비정기적으로 작품을 수록하는 정도였지만 오히려 그의 말년이나 사후에 더 큰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많은 러브크래프티안들의 추종(?)을 받고 있습니다.

H. 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크툴루 신화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르리예 가나글 파탄

“죽은 크툴루가 그의 처소인 르리예에서 잠자며 기다린다.”라는 뜻인데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인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에서 처음 등장한 구문입니다. 이 크툴루 세계관에서 인간은 한 낱 지구상의 한 종의 지성체에 불과하며 옛 지배자인 고대의 존재(대개 Great Old One이라 칭합니다.)가 영겁의 시간의 잠에서 깨어나 지구를 다시 자신의 손아귀 안에 넣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 크툴루 신화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꼭 우주의 공포가 이러란 법은 없습니다만...

그러다보니 이들이 일으키는 기괴한 현상을 조사자들이 경험하게 되고 그 중에서 미쳐버리거나 병원으로 실려가는 와중에 한낱 인간으로서 우주적 공포 앞에 전율 하게 됩니다. 컬트적인 인기를 끈 크툴루 이를 게임으로 처음 옮긴 것은 카오시움의 콜 오브 크툴루(CoC) TRPG였습니다. TRPG는 특성상 마스터(CoC에서는 관리자)가 설정하는 상황에 따라서 다른 플레이어들(CoC에서는 조사자)이 판단을 해 나가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주사위를 굴려서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를 판정하는 형태의 게임 양식입니다. 이러한 TRPG형식에 힘입어 1987년 카오시움은 콜 오브 크툴루를 보드게임 형태로 변주하여 발표하게 됩니다. 이것이 카오시움의 아컴 호러 1판입니다.

아컴 호러 1판 (Chaosium, 1987)

그러다가 2005년, 근 20년만에 아컴 호러는 카오시움에서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FFG)로 터를 옮겨 아컴 호러 2판이 출시되게 됩니다.

아컴 호러 2판 (Fantasy Flight Games, 2005)

당시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는 테마 게임쪽에서 확장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FFG만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제외하고는 큰 확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아컴 호러를 통해서 러브크래프티안 게임들의 첫 단추를 꿰게 됩니다. 이후로 아컴 호러의 성공에 힘입어 주사위 게임으로 변형한 엘더 사인, 콜 오브 크툴루의 조사자와 관리자 양식을 잘 따른 수작 광기의 저택, 덱 빌딩을 통해 경쟁하는 콜 오브 크툴루 LCG등 이른바 아컴 파일즈라고 불리는 이 세계관의 라인업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에 아컴 파일즈의 최신작인 엘드리치 호러가 발표되었습니다.

엘드리치 호러 2판 (Fantasy Flight Games, 2013)

엘드리치 호러는 처음 출시를 알리면서 다양한 해명을 해야 했습니다. 우선 아컴 호러의 확장인가, 그렇다면 스탠드 얼론 버전인가, 아니라면 개정판인가 등등 이러한 질문의 타겟이 된 이유는 자명합니다. 엘드리치 호러의 게임 양식이 아컴 호러의 것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FFG는 엘드리치 호러와 아컴 호러는 자매 게임이고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할 뿐 별도의 게임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게임이 출시가 된 후에야 완벽하게 해명할 수 있게 됩니다.

I. 구성물 소개

엘드리치 호러는 테마 게임인만큼 구성물이 다양합니다. 구성물을 다 설명하기 보다는 특징적인 구성물 위주로 설명하려 합니다.

게임 판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게임인만큼 엘드리치 호러의 게임판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세계 지도인만큼 지도 밖으로 나가는 길은 반대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도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칸과 세 가지 종류의 길이 존재합니다. 칸에는 도시, 황야, 바다 의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각각 도시, 황야, 바다 칸입니다.

칸은 명목상의 분류입니다. 도시 칸에 있을 때 조우를 하면 도시 칸에 해당하는 조우 지문을 따르는 식으로 조우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도시 칸에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행동도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철로, 항로, 미개척로입니다.

길 역시 세 종류입니다. 연한 하늘색으로 칠해진 것은 항로이며, 주로 대륙간 이동에 사용합니다. 붉은색 길은 철로로서 대개 대륙 내에서 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란색 점으로 연결된 것은 지구상의 미개척지나 문명과 외진 곳으로 연결되어 있는 미개척로입니다. 길의 분류에 대해서 이동하려면 엘드리치 호러의 이동 행동에 대해서 알아야 하므로 이 역시 행동 탭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게임판 상단에는 파멸 트랙과 징조 트랙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파멸 트랙은 고대의 존재가 깨어날 때 까지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나타냅니다. 징조 트랙은 파멸 트랙 위에 놓인 파멸 토큰을 전진시키는데 사용합니다.

또한 좌측 하단에는 자산 카드 보관소라 하여 조사자들이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자산 카드가 놓이는 곳이 있습니다.

2. 고대의 존재 시트

고대의 존재란 엘드리치 호러에서 맞서야 하는 최종 목표와 같은 것입니다. 고대의 존재 시트는 양면 시트로 다양한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우선 좌측 상단에는 시작 시 파멸 토큰을 놓는 칸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대의 전재가 언제 깨어나는지를 나타냅니다.

요그 소토스(고대의 존재) 시트

또한 신화 카드더미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와 고대의 존재가 가진 효과, 승리하기 위한 방법, 추종자의 능력 등이 직관적으로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중 오른쪽 하단의 빨간색 번개 표시가 있는데 이를 응보 효과 아이콘이라 부릅니다. 응보 효과는 이전에 있었던 일이 후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엘드리치 호러의 시스템으로 기존의 아컴 호러에서 보유 자산, 저주, 축복 주사위 굴리기 등과 같은 효과를 조금 더 깔끔하게 촉발시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상태 카드를 뒤집거나 하여 카드의 랜덤성을 확보하고 이를 대처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줍니다.

3. 미스터리 카드

엘드리치 호러의 게임 목표는 고대의 존재가 깨어나기 전에 봉인하는 것입니다. 아컴 호러에서 고대의 존재를 봉인하기 위해서 차원문 관리, 고대 표식을 통한 봉인 등을 사용했지만 엘드리치 호러에서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스터리 세 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미스터리란 고대의 존재와 관련된 다양한 현상들과 이를 대처하는 조사자의 노력을 일컫습니다. 이러한 미스터리는 고대의 존재마다 고유하며 이것이 고대의 존재별로 게임의 테마를 더욱 잘 녹여주는 엘드리치 호러의 특징이 됩니다.

크툴루 미스터리 카드 – 르리예가 떠오르다

다시 말해 아컴 호러에서는 고대의 존재를 무엇을 사용하건 간에 여러 가지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여 이겨야 한다면, 엘드리치 호러에서는 여러 가지 미스터리 중에서 한 장을 뽑아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세 차례 반복하여 승리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미스터리는 고대의 존재에 대해 전지구적인 단서를 조사하는 조사 조우를 하거나 하수인에 맞서는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미스터리는 르리예를 탐사하거나 딥 원들의 전 지구적 습격에 맞서는 것 등 말 그대로 고대의 존재가 가진 특성에 바로 접근 하는 것에 이르기도 합니다.

요그 소토스 미스터리 카드 - 초월자

4. 조사자 시트와 조사자 소지품

조사자 시트에는 조사자의 능력과 기술 값들이 표시되어 있고 쓰러진 조사자와 조우할 때 어떤 과정을 따라야 하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조사자 시트

기술이란 테스트에서 굴릴 수 있는 주사위 개수입니다. 기본적으로 5나 6이 나온 주사위가 성공한 주사위기에 1개를 굴렸을 때 성공할 확률은 33%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사위를 여러 개 굴릴수록 성공 확률은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각 기술 값을 증가시킬 수 있는 카드인 소지품 카드(자산 카드, 유물 카드, 마법 카드)를 모으고 향상 토큰을 얻어서 조사자의 능력치를 강화시켜야 합니다.

좌측부터 자산, 유물, 마법 카드

이렇게 소지품을 얻어서 강력해진 조사자는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버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5. 신화 카드

신화 카드는 게임 상에 위기 요소를 생성하는 카드입니다. 매 신화 단계마다 한 장을 뽑아서 적용하게 되는데 그 종류에는 색깔별로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고대의 존재 시트 좌측 하단에는 신화 카드 구성 방법이 표시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고대의 존재 난이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신화 카드의 색깔은 신화 카드가 생성하는 위기의 종류를 나타냅니다. 위 그림을 참조하면 초록색 신화 카드가 생성하는 상황은 징조 전진, 괴물 급증, 단서 출현입니다. 노란색 신화 카드는 징조 전진, 응보 효과 적용, 차원문 열기입니다. 파란색은 소문 신화 카드로 조사자가 해결해야 하는 소문을 나타냅니다. 대개 파란색 신화 카드는 신경 쓸 것이 많은 신화 카드이고 초록색과 노란색 신화 카드는 단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신화 카드에 푸른색 고대 표식이 그려져 있다면 비교적 쉬운 신화 카드이며, 촉수가 그려져 있다면 어려운 신화 카드입니다.

또한 카드 하단에 표시되어 있는 응보 효과는 응보 효과 적용 신화 카드(노란색 신화 카드)를 뽑았을 때 적용하게 되는 기능입니다. 이러한 응보 효과를 가진 카드들이 많습니다. (대개 괴물 토큰, 고대의 존재 시트, 상태 카드) 따라서 응보 효과를 잘 예상하여 미래의 위협을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조우 카드

조우 카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지도에 표시된 9개 주요 도시에서 뽑아서 따를 수 있는 지역 조우 카드가 있고 아무 칸에서나 따를 수 있는 범용 카드인 일반 조우 카드가 있습니다.

아시아/호주 조우 카드(좌, 지역 조우 카드), 일반 조우 카드(우)

지역 조우 카드는 대개 지도에 표시된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 조우 카드는 매우 다양한 상황을 제공합니다. 보통 주요 9개 도시에서는 지역 조우 카드를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원한다면 일반 조우 카드를 뽑아도 됩니다.

그리고 남극, 아마존, 아프리카 심장부, 히말라야, 퉁구스카에서는 특별한 조우인 탐험 조우를 할 수 있습니다. 유적지를 탐험하여 유물을 얻고 파멸 토큰을 되돌리는 등 다양한 조우를 할 수 있으며 대개 보상이 후한 편입니다. 탐험 조우 카드는 복잡한 조우로서 대개 두 번의 테스트를 연속으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 테스트에 성공하면 성공 효과를, 실패하면 실패 효과를 적용하며 성공 효과와 실패 효과 내에도 테스트를 포함합니다.

차원문과 조우할 때는 다른 세계 조우 카드를 뽑습니다. 다른 세계 조우 역시 복잡한 조우의 일종이며, 대개 두 번의 테스트를 모두 성공할 경우에 그 차원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아컴 호러에서 다른 세계 조우를 두 번 하는 것을 한 차례로 압축해 놓았다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남극 조우 카드(좌, 탐험 조우 카드), 잊혀진 카르코사 조우 카드(우, 다른 세계 조우 카드)

이외에도 독특한 것은 단서 토큰을 먹기 위해서도 조우를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조사 조우라 부르며 고대의 존재의 비밀을 조사하는 조우형태가 됩니다. 고대의 존재마다 조사 조우 카드가 달리 있기에 게임의 테마를 더 잘 살려줍니다.

아자토스 조사 조우 카드(좌), 요그 소토스 조사 조우 카드(우)

아자토스의 경우에는 녹색 유성의 흔적과 아자토스의 궁정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될 것이고 크툴루에서는 광인들과 감수성 민감한 예술가와의 접촉을 조사합니다. 요그 소토스에서는 미고들과의 접촉하고 어둠의 계약을 맺거나 차원문에 들어가며 슈브 니구라스의 경우에는 괴물과 전투하거나 사교종파의 흔적을 추적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게임에 포함된 구성물들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어 보았습니다. 상태 카드, 괴물 토큰 등 중요하지만 부수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룰 기회가 있다면 별도로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구성물 소개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 두가지 요소 또한 엘드리치 호러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II. 행동 단계

행동 단계에서는 각 조사자들이 돌아가며 두 번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동일한 행동을 두 번 할 수는 없습니다.

이동 준비 행동

이동 준비 행동은 승차권이라 불리는 토큰을 얻는 행동입니다. 승차권이 있다면 추후에 이동을 할 때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기에 다른 행동을 할 일이 없거나 멀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행동이 됩니다.

2. 이동 행동

이동 행동은 길을 따라서 한 칸 이동하는 행동입니다. 지도는 넓고 이동은 한 칸 밖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효율적인 이동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 행동인 이동 준비 행동을 통해 승차권을 얻고 두 번째 행동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얻은 승차권은 이 때 사용하면 이동한 후에 추가로 한 칸 더 이동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배 승차권은 추가 이동을 항로를 따라서, 기차 승차권은 철로를 따라서 이동하게 해줍니다.

기차 승차권이 있다면 도쿄에서 상하이를 거쳐 두 번째 화살표를 따라 17번 칸 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