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정보
- 발매일 : 2008년
- 게임 타입 : 추상전략
- 플레이 타임 : 15분
- 플레이 가능 인원 : 2명
- 게임 시스템 : 쇼기
- 난이도 : 3/10
- 언어 비중 : 0 / 10
시작하며
사실 동물장기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아주 간단한 추상전략 게임입니다. 귀여운 그림 때문에 알음알음 유명하죠. 다른 분들이 언급한 점들을 똑같이 언급하면 시간만 낭비하는게 될 것 같으니, 저는 조금 독특하게 동물장기의 모태가 되는 ‘쇼기’를 종종 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동물장기를 리뷰해보겠습니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GT님의 동물장기 리뷰 : http://blog.naver.com/lein/60204992289
인터파크의 고객의 동물장기 리뷰 : http://book.interpark.com/blog/postArticleView.rdo?&blogName=hepas&listType=L&listSize=15&contentLayoutNo=3&postSkinStyle=FFFFFF&categoryNo=&postNo=3625193
다른 분들의 리뷰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리뷰의 퀄리티도 정말 좋은데다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보시는데 도움이 될거예요.
게임규칙
게임 규칙은 정말 간단합니다. 각 기물엔 빨간 점으로 움직이는 방법이 그려져 있는데, 이를 보며 제 기물로 상대방의 말을 잡으며 공격을 하여 최종적으로는 상대방의 사자를 잡으면 승리합니다. 또는 드물긴 해도 제 사자가 상대방 진영의 끝에 도달해 한턴을 버티면 됩니다.
타 게임들과는 달리, 제 기물을 움직이는 대신 사로잡은 상대방의 기물을 보드의 빈 곳에 다시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무의미하게 희생된 제 말들이 다음 턴엔 제 목을 졸라올 수도 있지요.
병아리는 상대방 진영 끝에 도달하는 순간 닭으로 변신합니다. 움직임이 활발해져 상대방에게 압박을 줄 수 있지요. 설령 닭이 잡히더라도 상대방이 다시 소환할 땐 다시 병아리부터 출발하게 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규칙은 이게 전부입니다. 정말 간단하죠.
쇼기 게이머로서…
타 리뷰에서 언급한 적은 없지만, 저는 전통보드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편입니다. 체스, 바둑, 마작, 한국장기, 중국장기, 브릿지 등등… 그래서 쇼기의 규칙도 상세하게 알고 있죠. 보, 비차, 각행, 금장, 은장, 계마, 향차… 기물들의 이름도 알고 있으며 앉은비차, 몰이비차, 망루진형, 곰굴진형 등등의 전략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서랍장이 달린 보드게임 박스만한 미니쇼기 테이블을 가지고 있죠. 작긴 해도 기물이 나무로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제대로 놓으면 “따악 ㅡㅡㅡㅡㅡ !!!” 하는 경쾌한 소리를 냅니다. 커피샵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면 그만한 행복도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이 계속 살아나면 게임이 안끝나잖아요’ 라고 하는데… 양쪽 다 초고수가 아니라면 사실 100수 내외면 한판이 끝나곤 합니다. 초반엔 진형을 탄탄하게 쌓으며 눈치를 보다가, 중반엔 상대방의 진형을 부수기 위해 큰 전투가 벌어지고, 곧 전투로 인해 사로잡힌 기물들이 서로의 왕 근처에서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왕에게 미칠듯한 압박감과 위협을 주거든요. 그래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순간의 방심으로 상대방이 사로잡은 기물 3개 때문에 단번에 체크메이트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뭐… 이런 형태의 쇼기도 있다곤 하는데… 이렇게까진 두고 싶진 않구요 -_-;;
이런 쇼기도 있고…
이런 쇼기도 있습니다.
위키에 따르면
[가로와 세로가 36칸씩으로 된 1.5x1.5m의 거대한 장기판 위에서 한쪽이 208종류 402개에 달하는 기물을 움직여야 한다. 실제로 대국이 이뤄졌던 기록은 없으며, 알려진 대국으로는 2004년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 '트라비아의 샘'에서 주최한 이토 히로부후미 6단과 안요지 타카노리 4단의 대국이 유일하다. 당시 이 대국에서도 두 사람 모두 룰을 모두 숙지하지 못해서 룰북을 펴두고 둬야 했으며, 판이 너무 커서 대국자들이 움직이면서 대국을 해야 했을 정도. 여기에 말을 두다가 손이 미끄러지는 불상사(…)도 나왔다. 아무튼 첫 장군은 26시간만에 나왔고, 총 대국 시간은 32시간 41분(3805수)이 걸렸다. 그나마도 식사와 휴식, 수면 등으로 실제로 걸린 시간은 사흘. 이 경기에서 이긴 안요지 4단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는 소감을 남겼으며 경기에서 진 이토 6단은 졌는데도 부럽진 않다는 소감을 남겼다.]
라고 하네요.
어쨌든 이 쇼기들의 쁘띠 버전인 동물장기는 제게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잡은 기물을 되살린다는 핵심 시스템을 유지하며 사자(왕장), 코끼리(각행), 기린(비차), 병아리(보), 닭(금장)이라는 핵심 기물들을 그대로 살려 3×4 사이즈의 보드에 압축하는게 가능할거란 발상은 하지도 못했거든요.
더욱 놀라운 것은 쇼기의 느낌을 아주 잘 살렸다는 점입니다.
귀여운 그림들 때문에 픽하고 웃게 되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쇼기처럼 기물이 잡혔을 때 어디에서 나타나 내 목을 조를지, 내 기물을 주고 상대방 기물을 잡았을 때 그 교환이 내게 이득인지, 기물을 한두개 포기하고서라도 사자로 밀어붙일 때 돌파가 가능한지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잡은 기물들을 연속으로 보드 위에 소환하며 왕을 계속 공격하다 끝내 마지막 기물로 체크메이트 시켜버리는 쇼기의 쾌감(?)을 여기에선 느낄수가 없습니다. 보드가 너무나 작아서, 내가 잡은 기물을 희생양으로 삼아 탄탄한 진형을 붕괴시키기도 힘든 편이구요.
쇼기에 비하면 경우의 수나 수의 깊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겨우 말 8개가 존재한다는걸 고려하면, 동물장기는 쇼기 가진 매력을 200%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판이 고작 10분~15분 남짓 하기 때문에 다시 두기도 정말 편하죠.
그러나… 만약 동물장기와 쇼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전 당연히 쇼기를 고를것 같습니다. 동물장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쇼기에서는 더 재밌게, 강렬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쇼기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동물장기는 쇼기 기물로도 할 수 있는 그저 아주 간단한 오락거리에 불과합니다.
일반 게이머로서…
하지만 쇼기를 몰랐던 일반 게이머라면 동물장기로도 쇼기의 세계를 충분히 맛볼 수 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깊이와 움직임을 알아보기 쉬운 기물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각축전. 죽은 기물이 살아돌아온다는 독특한 시스템. 쇼기의 세계로 일반인들을 끌어오기 위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죠. 제가 쇼기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동물장기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쇼기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추상전략을 애초에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동물장기도 먹히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충분히 들이밀어볼만한 좋은 게임입니다.
이렇게, 고로고로 동물장기라는 동물장기에서 한단계 진화된 버전도 있구요.
큰 숲 동물의 장기라는 포장만 다른 실제 쇼기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할 것 같진 않습니다. 앙증맞긴 해도 엄연히 쇼기이기 때문에 동물장기의 수준에서 한단계 올라가는게 아니라 수십단계를 껑충 뛰어올라가는 느낌을 주거든요. 그래도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만한 추상 전략 게임도 없을거라 봅니다.
저를 포함한 쇼기를 두는 게이머들은 이런 귀여운 쇼기보단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는 맑은 소리가 좋기 때문에 딱히 이 게임을 구입할 것 같진 않아요. 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줄 땐 부담을 적게 줄 수 있어 유용할 것 같긴 합니다만…
평가
동물장기는 호불호가 강한 게임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해서 계속 두려고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기물들이 좀비마냥 계속 살아온다는 개념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기피하죠. 그렇다고 상급자들에게 소개하기엔 깊이가 모자란 게임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해보라고 소개해줄 순 있지만… ‘엄청 좋아하실거예요!’ 라고 추천하긴 힘듭니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기물이 살아돌아온다는 개념은 쇼기 외엔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저는 게임의 깊이/취향의 문제를 떠나 동물장기가 이렇게까지 쇼기를 압축하여 전세계로 보급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장기, 중국의 바둑도 이런식으로 대중화를 시켜 아이들에게 보급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른들도 옆에서 같이 봐주는 그런 훈훈한 모습을 많이 보고 싶은데 말이죠.
아쉽게도 요즘 아이들은 바둑/장기/쇼기와 같은 것들보단 컴퓨터 게임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시대가 바뀌니까 요즘 아이들은 매일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만 한다고.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어 어른들에게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아이들이 노는 방법을 몰라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는 거라고.
혼자 스마트폰으로 놀고 있는 아이에게 동물장기를 들고 아이에게 다가가보세요. 그리고 웃으며 말하세요.
‘이거 해봤니? 아빠/엄마/선생님 한번 이겨볼래? 절대 쉽지 않을걸~?’
어른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 그리고 입을 꾹 다물고 혼자 반복적으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는 스마트폰. 아이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 )
이상, 동물장기였습니다.
평점 7/10
(리뷰 내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긱, 엔하위키 및 라쿠텐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