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다이스(divedice) - 보드게임 커뮤니티

게임정보

발매일 : 1987년
게임 타입 : 추상 전략 게임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가능 인원 : 2명
게임 시스템 : 상대기물제거
난이도 : 3/10
언어 비중 : 0 / 10

시작하며

일단 짧은 영상 하나 보고 시작할까요?

몇년 전, 바투라고 불리는 PC 보드게임이 한국을 휩쓴적이 있었습니다. 베이스빌드+선잡이 베팅+점수+특수능력 등, 바둑에 여러가지 신개념을 섞어넣은 신선한 게임이었죠. 더욱 놀라웠던건 큰 상금을 건 이벤트를 주최하여, 내노라 하는 일류 바둑기사들이 대거 참전하기도 했었습니다. 돌부처 이창호, 제비&전신(戰神) 조훈현, 독사 최철한, 최초의 여류9단 박지은, 중국의 두뇌 구리… 그 밖에도 초일류급 한/중 선수들이 즐비했죠.

그런 바투 경기를 줄기차게 보게 된건 위 영상을 보고난 후였습니다. 백우와 흑우가 천지를 울리며 힘 싸움을 벌이는 저 영상. 이것만큼 바둑이라는 게임 자체를 간결하게 상징하는 영상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것만큼 박력있고 강한 영상을 본적이 없네요.

자, 오늘은 동명의 게임 아발론(마피아게임)에게 이름이 먹혀버린…

그러나 흑과 백의 힘의 구도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추상전략게임, 아발론을 리뷰하겠습니다!!!

구성물

구성물은 간단합니다~ 백색/흑색 구슬들과, 구슬을 밀면 6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보드가 전부죠.

좀처럼 박스를 언급하진 않는데… 이건 좀 언급하고 싶네요.

예전엔 이런 육각형 납작 박스였습니다.

육각형 보드가 보관하기도/관리하기도 좀 귀찮은건 사실이지만 아발론 보드 자체가 이런 형태라 납득이 갔죠.

그런데 최근에 나온 박스를 살펴보면

사각형인데다 박스에 기울기가 있습니다(…) 물론 공간을 절약하고 싶은건 이해가 가는데, 이건 세워놓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차곡차곡 쌓아두기도 그렇고… 제가 본 게임 중에 최고로 불편한 박스 디자인이네요. 게임성까지 안좋았으면 박스 디자이너 멱살을 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 규칙

게임 규칙은 간단합니다. 자기 돌을 밀어, 상대방 돌을 장외로 밀어내버리면 됩니다.

이렇게 코너로 몰아서 밀어버리면

요런식으로 바깥 틀에 죽은 돌들이 쌓이게 됩니다.

제 말을 이용하여 상대방 말을 밀 수 있는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어진 돌중 최대 3개까지만 전/후 한 방향으로 밀 수 있다.

2. 이어진 돌 중 최대 3개까지를 좌/우 한 방향으로 밀 수 있다.

3. 상대방 돌을 밀 땐, 밀려고 하는 상대방보다 돌이 많아야 한다.

4. 미는 방향의 뒷편에 나의 돌이 길을 막고 있아선 안된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힘으로 상대방을 밀기 위한건데, 공격적인 플레이에 많이 쓰이게 되죠.

주황색을 보시면 4개가 이어져 있지만, 규칙상 3개까지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파란색을 잘 보시면 반대편에 있는 흰구슬이 미는 방향을 막고 있죠? 저 경우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자충수인거죠. 이럴 경우 정말 골치아픕니다.

이 스크린샷은 구슬의 좌우 이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돌을 뭉쳐놓거나, 상대방 돌들이 밀고 들어올 때 옆으로 비켜나기 위한 움직임이죠. 보다시피 움직이는 방향으로 돌이 하나씩만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방 돌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진형정리/회피를 위한 수비적인 움직임이죠.

이렇게 번갈아가며 구슬을 밀다 어느 한쪽의 구슬이 6개를 장외로 밀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늘 말하는거지만… 어때요? 참 쉽죠?

시작 포지션

아발론의 시작 위치를 다음과 같이 하면 좀 더 변화무쌍한 전술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인용 버전

물론 3~6인까지 지원하는 버전도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다양한 색상의 구슬을 넣고 하는건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은 정이 안갑니다. 아발론의 재미는 14개의 구슬들을 뭉쳤다가 나누었다가 하며 상대방 진영을 깨뜨리는건데, 저런 몇개 안되는 구슬가지곤 깨작깨작 하는 느낌만 날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장기적인 계산을 할 수가 없어, 계산하길 포기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구슬을 밀어가는 식으로 게임의 성격이 바뀔거 같거든요. 그럼 추상전략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합니다.

전 2인 아발론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최고의 추상전략

흔히들 2인용 추상전략게임! 하면 GIFF 시리즈를 떠올립니다. 드본/인쉬/탐스크 등등… 걸출한 게임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죠. 단언하건데, 아발론은 절대 그 엄청난 라인업에도 밀리지 않습니다.

딸칵딸칵 구슬을 이동하는 그 손맛도 대단하지만… 어? 하는 사이에 제 진형이 찢어지기도 하고 지나치게 밀고 들어갔다가 상대방 돌에 의해 허리가 잘리기라도 하면 약해진 돌들을 구출하기 위해 진형을 재구축 해야하는 등 한수 한수가 치명적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돌격했다간 허리 잘리고 돌이 하나씩 죽어나가는건 순식간이죠. 초반에 돌을 슬금슬금 움직이며 상대방의 약해진 구슬무리를 잘라먹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도 백미입니다. 이 부분을 지루하게 여기시는 분도 보았는데, 제겐 체스의 오프닝/바둑의 포석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긴장되더군요.

아발론은 절대 단순한 구슬밀기 싸움이 아닙니다.

제 친구 같은 경우엔 우직하게 견고한 진형 + 힘으로 밀어붙이는 반면, 전 일부러 약한 부분을 만든 다음 상대방이 그쪽으로 파고들면 허리를 잘라 각개격파 하길 즐기는 편이지요.

이것만 봐도 성향에 따라 다른 전술을 쓴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아발론에서 돌이 제외된다는건 그만큼 후방/전방에서 싸워줄 기물이 빠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게임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앗! 하고 당황하면 순식간에 밀리게 되죠. 그러나 침착하게 진형을 잘 짜고 버티면 상대방의 대군에도 밀리지 않는 견고함 & 불시의 역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1~2개 차이로 지고 있더라도 크게 밀린다는 느낌은 들진 않아요.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두면 거의 1~2개 차이로 승부가 결정납니다. 이런 역습의 기회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발론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런류의 게임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한없이 이 게임을 싫어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