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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두 농부의 본격 농장 경영 게임. 아를의 평원 (영문: Fields of Arle / 독문 Arler Erde) 제2부
  • 2014-11-15 17:05:22

  • 0

  • 2,603

Lv.7 Equinox

(제1부(클릭)에 이어서 계속)


‘앞서 말한 모든 게임의 재미는 모으고, 번거로움은 쏙 뺀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아마도 이 게임은 그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1. 먼저 이전 게임들에서 계승 및 발전된 내용들을 살펴봅시다.


일단 자원의 가감 표현이 간결합니다. [아그리콜라]에서 하나씩 집어오던 것이, [기도하고 일하라]와 [르 아브르: 내륙항]의 원반으로 변했다면, 이 게임에서는 트랙상의 이동으로 표현됩니다. 


[르 아브르]에서 선보였던 자원 가공 시스템도 이어받았습니다. 


[아그리콜라:무어바우엔]의 이탄 채굴과 농지 개간 시스템도 이어받았습니다. 이탄을 이용해서 난방을 한다는 개념까지도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네요. 


[뤄양의 사람들]에서 보였던 상업 개념도 들어있습니다. [아그리콜라]에서 먹고 사는 것에만 급급했었다면. 이 게임에서는 잉여 생산물을 인접도시에 가져다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글라스 로드]와 [카베르나]에서 두드러졌던 다양한 건물의 기능들도 이어받았고, 특히 [카베르나]에서 일꾼 늘리기에 대항할 수 있었던 도구 사용의 개념도 이 게임에 전해졌습니다.


http://cf.geekdo-images.com/images/pic2278450_md.jpg


2. 이렇게 보면, 전작들의 집대성판이라는 카베르나와 견줄 수 있을만큼 방대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이 게임은 다이어트에도 성공한 작품입니다.


우선 가족 늘리기가 아예 없습니다. 그동안 아그리콜라에서 일꾼 늘리기에 밀려서, 누구는 애새끼들 잔뜩 낳아, 몽땅 일터로 보내서 소, 돼지 잔뜩 집어가며 5명씩 행동을 하는 동안, 겨우 부부 2명씩의 행동으로 연명하던 아픈 시절을 생각하면…. 흑흑~. 왜 이 마을엔 물레방앗간이 하나 뿐인거야!!


물레방앗간을 이용한 물량공세(응?)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성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일꾼놓기가 가족의 수가 아니라 시간으로 표현됩니다. 여름과 겨울이 각각 6개월씩이고, 준비와 정리에 각각 1개월씩을 사용하니, 나머지 4개월동안 행동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달 하나의 행동만 할 수 있습니다. 반기마다 4회의 행동 선택으로 끝! 간단하지요?


게다가 매 라운드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여름과 겨울마다 각 15종의 선택 가능한 행동들이 전부입니다. 매 라운드마다 선택 가능한 행동이 추가되고, 카드 플레이에 따라 해당 행동들이 다양한 변조를 일으키는 [아그리콜라]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간결해졌습니다.


[르 아브르]의 자원 가공과 건설 개념이 들어있습니다만, 역시 다이어트에 성공했습니다. 나무와 진흙을 포함해도 가공 가능한 자원은 5종류 뿐이고, 건물 건설에 사용하는 자원들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건물의 기능은 거의 대부분 일회용입니다. 르 아브르처럼 행동의 선택지를 늘리지 않아요. 건물을 행동선택지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다이어트를 위해 과감하게 포기한 우베의 결단이랄까요. 선택 가능한 행동들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3. 이전 게임의 요소를 집약하되 기름기를 쏙 뺐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분들의 지갑을 열 수 있습니다만, 우베의 지갑털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전 게임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요소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일단 다양한 도구의 추가가 두드러집니다. [카베르나]에서도 도입되었던 요소입니다만, 이를 훨씬 발전시켰습니다. 도구의 종류가 우선 압도적이지요. 어망, 재봉틀, 도살대, 삽, 물레, 도끼 등 총 10종의 도구들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이들 도구들은 성능 개량도 가능합니다. 더 나은 도구는 더 높은 효율의 생산성으로 돌아오지요. 이를테면, 도끼질 한 번으로 획득가능한 나무의 개수가 3개에서 6개까지 증가하기도 합니다. 


http://cf.geekdo-images.com/images/pic2278444_md.jpg

그리고 농가에서 생산한 물건들을 가공하거나 인접도시에 내다 팔기 위한 수송수단도 등장합니다. 그것도 다양하게 말이지요. 다양한 크기의 수송수단들은 실을 수 있는 상품의 수요와 종류를 제한합니다. 그리고, 도달할 수 있는 도시의 크기도 결정하지요. 예컨데, 게임 내 최대도시인 브레멘에 상품을 실어나르려면, 가장 큰 수송수단이 필요합니다. 


대도시에 물건을 가져다 팔면, 당장의 큰 이익도 가져다주지만, 마을에 돌아와서는 자랑거리가 됩니다. 모름지기 여행은 다양한 무용담을 동반하는 법이니까요. 이는 게임의 큰 목표인 승점 획득에 직결되는 항목입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알아차렸을 겁니다. 승점 획득의 방식이 꽤 다양하다는 점을 말이지요. [아그리콜라]처럼 전통적인 농업에 충실할 수도 있고, [르 아브르]처럼 건물 러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몇 가지 도구를 집중적으로 연마해서, 해당 분야의 상품을 집중 생산할 수도 있고, 이렇게 생산한 상품을 열심히 내다 파는 반농반상(半農半商)의 길을 갈 수도 있지요.


http://cf.geekdo-images.com/images/pic2287511_md.jpg
이래도 안 살래?

그 밖에도 깨알같은 재미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그리콜라]에 등장하는 돌집방 가운데는, 보난자와 아그리콜라가 펼쳐진 탁자를 볼 수 있지요. 이 게임에서는 크롭 서클을 찾아보세요. 


[아그리콜라]에 등장하는 소는, 그게 육우인지 젖소인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 게임에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얘들은 젖소입니다. 이유는 게임을 열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변증법처럼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꾸준히 진화해 온 우베 로젠베르크 표 농장 게임. 이 게임은 현재까지 진행된 그 모든 진화의 최정점에 서 있는 게임입니다. 방대하면서도 간결하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그런 게임으로 말이지요.


이 게임은 2인 게임입니다.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모임에 들고 갈 수는 없어요. 대신 딱 한 사람만 찾으신다면, 그(혹은 그녀)와 밤새도록 즐길 수 있습니다. 매우 건전하게 말이지요. 

http://cf.geekdo-images.com/images/pic2212990_md.jpg

아를의 평원(영문: Fields of Arle / 독문 Arler Erde)이었습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http://boardgameg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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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24 방장
    • 2014-11-15 17:24:51

    저거저거 소에 스티커붙이는
    • Lv.1 小人
    • 2014-11-15 17:54:15

    이거 뽐뿌가 대단하군요....ㄷㄷ 잘읽고갑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 Lv.2 Deus
    • 2014-11-15 19:47:52

    에퀴녹스님이 보드게임하나 아니... 뭐라도 펀딩 프로젝트를 만드셨으면 전 무조건 후원했을겁니다.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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