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만 보드게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인원 모으는 게 힘든 여건에서는 둘만의 보드게임 상황이 더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2인 전용 보드게임은 이런저런 한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나의 득점보다 상대의 실점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나중에 다인 게임을 하면 누군가 한 명만(주로 2인 게임을 같이 하는 상대방) 줄창 저격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지요. 

2인 플레이가 가능한 다인 전략 게임의 경우, 2인 게임의 밸런스가 좀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자 구도에서 견제와 균형을 잡아가는 게임인데, 둘이서만 하다보면 그 부분이 아쉬울 때가 많지요.

2인 전용 게임들의 상당수는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다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전쟁 게임처럼 묵직해서 테이블이 내려앉을 정도의 중량감을 가진 게임이거나, 카드 게임 위주의 가벼운 게임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피렌체의 제후, 아문레, 엘 그란데 정도의 적당한 중량감과 전략성, 그리고 상호작용을 가진 게임은, 2인 게임이 아예 안되거나, 다인 게임일 때 훨씬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던 차에 이런 갈증을 어느정도 잡아줄 수 있는 2인 전용 게임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소개해볼까 합니다. 

아를의 평원(영문: Fields of Arle / 독문 Arler Erde)(2014)  Uwe Rosenberg, 1~2인, 60분/인

이 게임을 이해하려면, 우베의 농경 게임 계보를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난자도 걸작이지만, 지금 이야기할 게임상의 계보에선 제외하고, 1번 타자는 아그리콜라입니다. 

아그리콜라는 이후에 나오는 모든 우베식 농경 게임의 기틀을 마련한 메가 히트작이지요. 아를의 평원 역시 아그리콜라의 큰 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뒤이어 나온 아그리콜라 무어바우엔 확장에서는 개간과 이탄 채굴, 난방 연료 개념 등이 등장했지요.

르 아브르에서는 건물 건설과 그 이용, 그리고 자원의 개량(upgrade)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진흙은 벽돌이 되고, 소는 스테이크가 되지요. 

뤄양의 사람들에서는 파종과 그에 따른 산출 증대 개념을 좀 더 확장시킨 후, 이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개념이 주류를 이룹니다. 물론 아그리콜라의 직업 개념도 이어받았지요.

기도하고 일하라에서는 매번 획득하고 증가하는 자원을 아주 편리하게 표현했습니다. 아그리콜라에서는 자원 미플이나 토큰들을 일일히 하나씩 챙겨야만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요. 

르 아브르 내륙항은 이 시스템만을 다듬고 발전시킨 작품이고, 글래스 로드에서도 이 방식은 계승 발전됩니다. 아무래도 자원의 출입이 잦은 게임들이다보니 이런 방식의 도입은 게임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올려주었습니다.

카베르나는 전작들의 장점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한 작품이라는 평이 일반적입니다. 아그리콜라는 가족늘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반면, 카베르나는 적은 일꾼으로도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길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었지요.

카베르나는 우베식 농경 게임의 집대성판입니다. 이 게임에 대해 많은 이들의 찬사가 쏟아지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집대성이라는 건 전작의 거의 모든 요소가 다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덕분에 카베르나는 엄청난 중량감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한 사람들의 공통된 소감이, 방대함과 다양함에 눌려서 가야할 방향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러했구요.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을 때까지는 약간 미아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방대하잖아요. 게다가 최대 7인까지 지원, 말 그대로 종합판입니다.

(불금인데 방구석에 앉아있는 게 억울해서 여기까지만 우선... 2부에서 이어집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http://boardgameg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