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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합병과 훼방 - 가벼운 2인용 전쟁게임? 카르카손 (2)
  • 2014-08-01 0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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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뿅태

<카르카손>의 딴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합병과 훼방. 이름은 내가 정했다. 좀 하시는 분들은 설명을 들으면, ‘아 그거?’하고 무릎을 치실 것이다. 그만큼 여기서 내가 하려는 얘기는 웬만한 <카르카손> 플레이어들은 다 아는 내용이다. 내가 한 일은 그저, 이름 없던 것에 이름을 줘서 보기좋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합병

 

사진 037.jpg
나 지금 떨고 있냐?

 

<카르카손>에 입문해서 제일 먼저 익숙해지는 딴지는 합병이다. 상대가 완성 중인 성·길·들판에 들러붙어 딴지를 놓는 기술인데, 사실 합병은 규칙 설명서에도 예시가 나온다.

 
병합 설명.jpg

“가운데 비어 있던 부분에 타일을 놓아 서로 떨어져 있던 성을 하나로 연결했습니다.” 덤덤하게 이렇게만 적혀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골 때리는 상황이다. 어째서 그런가? 위 그림이 원래는 아래와 같이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해보자.

 

new_병합1.jpg

① 파랑 플레이어가 1에 타일을 놓고 부하를 올린다.

 

new_병합2.jpg

② 맞는 타일이 나올 때마다 2와 3에 연결해 성을 완성해 간다.

 

new_병합3.jpg

③ 그런데 그걸 지켜보고 있던 빨강 플레이어가 4에 타일을 놓고 부하를 올린다. 

1,2,3의 성과 4의 성은 아직 연결되지 않았으므로 빨강 플레이어는 성에 부하를 올릴 수 있다.

 

new_병합4.jpg

④ 빨강 플레이어가 5에 타일을 놓아 1,2,3과 4를 합친다. 규칙에 따라 빨강과 파랑 플레이어는 똑같이 10점을 얻는다.

 

이게 왜 문제인지는 효율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파랑 플레이어는 타일을 1,2,3, 세 개를 놓고 10점을 획득했다. 타일은 자기 차례가 될 때마다 딱 1개만 놓을 수 있으니까, 파랑 플레이어는 차례를 3번 진행해서 10점을 먹은 셈이다. 그런데 빨강 플레이어는 타일을 4,5 두 개를 놓고 10점을 얻는다. 즉 차례를 2번 진행하고 10점을 먹었다. 빨강 플레이어는 파랑 플레이어보다 자기 차례를 한 번 덜 가지고도 똑같은 점수를 먹은 것이다.

 

합병은 위의 예시처럼 사용되기도 하지만, 2인 게임에서는 보통 딴지를 걸 목적으로 활용된다. 상대가 5턴, 6턴에 걸쳐서 성을 만들고 있다고 해보자. 가만 내버려두면 최소 12점 이상의 큰 점수를 먹게 생겼다. 안 되겠다. 딴지를 걸어보자. 배운대로 완성 중인 성 근처에 아직 연결이 안 된 성 타일을 놓는다. 그리고 합병! (만일 성이 완성되기 일보직전이라면, 요약표의 C, Q, R 같은 타일을 상대 성에 붙여서 완성 시기를 늦추는 것도 좋다.) 합병 이후에는 굳이 성을 완성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성을 완성해보았자 서로 같은 점수를 먹게 되어 있으니까. 2인 게임에서 같은 점수를 먹으면 상대적 이득은 0이 됨을 잊지 말자. 물론 합병을 건 나는 성이 완성되지 않아도 이득이다. 똑같이 부하가 성에 묶여 있어도 턴을 상대보다 덜 허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낀 턴은 다른 곳에서 점수를 얻는 데 사용된다. 결국 여기서 합병은 사실상 딴지다. 성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사라짐에 따라(둘 다 얻는 점수는 같으니까) 상대는 성을 완성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는 상대의 성 완성을 막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c.jpgr.jpgq.jpgt.jpgs.jpg
의외로 이런 타일들이 짜증을 유발한다. 
내 성에 붙으면 성의 완성이 더 늦어지고, 상대에게는 그동안 합병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합병은 심해지면 약탈(!)이 된다. 한쪽에서 합병을 두 번 이상 진행하면 타일에 놓인 부하 수가 상대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즉 상대가 얻을 점수를 아예 빼앗아 올 수 있다. 약탈은 자주 일어나진 않지만, 한번 성공하면 점수를 빼앗아 오는 효과 외에도 상대의 멘붕을 유도해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작용은 게임이 끝난 뒤에도 앙금이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연인들이여, 조심해서 쓸 지어다!

 



훼방


사진 054.jpg
이 칸에 맞는 타일은 있을까? 없을까?

 

합병이 상대의 점수 이득을 차단해 간접적으로 딴지를 놓는 기술이라면, 훼방은 말 그대로 상대의 그림 완성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기술이다. 직접적으로 어떻게? 빈칸 주위에 타일이 놓일 때마다 빈칸에 맞는 타일이 줄어든다는 점을 활용하면 된다. 아마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알만한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실 듯. 그래도 글의 목표가 정리 및 설명에 있는 만큼, 아래에서는 보다 자세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카르카손>의 타일은 매우 다양한 것 같지만, 모서리만 보면 사실 세 가지 경우밖에 없다. 길로 끝나거나, 들판으로 끝나거나, 성으로 끝나거나. 진짜다. 그림 가운데 있는 방패나 수도원 다 무시하고 상하좌우 모서리만 보자. 요약표 1쪽에 나오는 A 타일은 상·좌·우가 들판, 하가 길이다. E는? 상만 성이고 나머지는 모두 들판. X는? 상하좌우 모두 길.

 

a.jpg
A 타일. 상·좌·우가 들판, 하가 길. 

자 그럼 지금부터, <카르카손>의 모든 타일을 모서리 그림으로만 구분해보자. 먼저 시계방향으로 상·우·하·좌에 올 수 있는 그림 이름을 모두 적는다. 이때 편의를 위해 들판은 ‘들’로 표기한다. 또 타일은 회전하면 상하좌우가 바뀔 수 있으므로, 회전시켰을 때 모서리가 같은 경우는 모두 같은 타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요약표의 A 타일은 ‘들들길들’로, ‘길들들들’·‘들길들들’·‘들들들길’과 같은 타일이다. 아래는 모서리에 올 수 있는 그림의 모든 경우의 수를 정리한 다음, 실제 해당하는 타일을 나열한 것이다.

 

a.jpga (2).jpga (3).jpga (1).jpg
들들길들, 길들들들, 들길들들, 들들들길. 모두 같은 타일이다.


1) 길길길길

x.jpg 1개

2) 길길길들=들길길길=길들길길=길길들길

w.jpg 4개

3) 길길길성=성길길길=길성길길=길길성길

l.jpg 3개

4) 길길들들=들길길들=들들길길=길들들길

v.jpg 9개

5) 길길들성=성길길들=들성길길=길들성길

j.jpg 3개

6) 길길성들=들길길성=성들길길=길성들길

k.jpg 3개

7) 길길성성=성길길성=성성길길=길성성길

o.jpg 2개  p.jpg 3개

8) 길들길들=들길들길

u.jpg 8개

9) 길들길성=성길들길=길성길들=들길성길

d.jpg 4개(시작타일 포함)

10) 길들들들=들길들들=들들길들=들들들길

a.jpg 2개

11) 길들들성=성길들들=들성길들=들들성길

 없음

12) 길들성들=들길들성=성들길들=들성들길

 없음

13) 길들성성=성길들성=성성길들=들성성길

 없음

14) 길성길성=성길성길

 없음

15) 길성들들=들길성들=들들길성=성들들길

 없음

16) 길성들성=성길성들=들성길성=성들성길

 없음

17) 길성성들=들길성성=성들길성=성성들길

 없음

18) 길성성성=성길성성=성성길성=성성성길

s.jpg 2개  t.jpg 1개

19) 들들들들

b.jpg 4개

20) 들들들성=성들들들=들성들들=들들성들

e.jpg 5개

21) 들들성성=성들들성=성성들들=들성성들

i.jpg 2개  m.jpg 2개  n.jpg 3개

22) 들성들성=성들성들

f.jpg 2개  g.jpg 1개  h.jpg 3개

23) 들성성성=성들성성=성성들성=성성성들

q.jpg 1개  r.jpg 3개

24) 성성성성

c.jpg 1개

 

어떤가? 흥미로운 사실은 11)부터 17)까지 해당하는 타일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타일을 놓으려면 일단 주변 타일과 그림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규칙 기억나는가? 그림이 연결된다는 말은 곧 주변 타일과 모서리 그림이 같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빈칸의 상·우·하·좌가 11)에서 17)까지 중 하나에 속한다면, 그 칸은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상·우·하·좌가 11)에서 17) 사이에 속하지 않더라도 빈칸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빈칸의 상·우·하·좌가 ‘성성성성’인데, ‘성성성성’에 해당하는 타일 C가 이미 다른 곳에 놓여 있다고 해보자. 타일 C는 1개뿐이므로 빈칸에 맞는 타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훼방은 바로 이러한 점을 활용한 기술이다. 상대가 채우고자 하는 빈칸 주변에 타일을 놓아 빈칸을 채울 수 없게 만드는 것! 모든 타일의 패턴과 개수를 대강이라도 외고 있어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딴지라 할 수 있다.

new_훼방1.jpg
빈칸 A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일: 43개
new_훼방2.jpg
빈칸 A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일: 17개




new_훼방3.jpg

빈칸 A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일: d.jpg 3개




new_훼방4.jpg
빈칸 A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일: 빈칸 A를 채우려면 모서리가 '들길성들'인 타일이 필요한데, 그런 타일은 없다!






왜 2인인가? 왜 전쟁인가?


사진 018.jpg
부하 말. 통칭 미플(meeple). 왼쪽의 큰 미플은 확장팩 <Inns & Cathedrals>에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글의 제목에 대해 해명을 하고 싶다. 내가 리뷰 전체에 붙인 제목은 “가벼운 2인용 전쟁게임? <카르카손>”인데, 실제로는 사실과 어긋난다. <카르카손>은 2인 전용 게임이 아니라 2인부터 5인까지 가능한 게임이다. 또 <카르카손>은 실제 전쟁이나 상상의 전쟁, 둘 중 어느 것도 다루고 있지 않다. <카르카손>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도시 이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카르카손>은 “가벼운 2인용 전쟁게임”이 맞다. 일단 가볍다는 점에 있어서는 반대 의견이 없을 듯하다. 규칙도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하고, 차례 중에 하는 일도 타일 놓고 부하 놓는 것뿐이라 손놀림이 가볍다.

 

2인용이라는 것도 내게는 맞는 말이다. 3인 이상일 때 나오는 동맹과 배신의 이중주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상황 상 그리고 취향 상 2인 게임을 자주 했으니까. 확실히 2명이서 <카르카손>을 하면 장점이 많다. 첫째, 타일 운으로 이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둘째, 딴지의 효과가 커진다. 셋째, 자기 차례가 빨리 돌아온다. <카르카손> 박스 뒷면을 보면 “둘이서 해도 재밌습니다.”란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거 거짓말이다. 이렇게 수정해야 한다. “둘이서 할 때 가장 재밌습니다.”

 

게다가 <카르카손>은 정말 전쟁게임 맞다. 맘 상하는 딴지가 난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카르카손>을 하면서 치열한 전쟁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보드게임긱(www.boardgamegeek.com)의 EmeraldYamd가 쓴 표현을 빌려보자. : 타일을 놓을 때마다 넓어지는 그림은 전장의 안개(fog of war)를 나타내며, 7개의 부하 말은 병력이다. 부하 놓기는 성·길·수도원 등 카르카손의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하는 행동이 되고, 수중의 병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가장 많은 곳을 점령한 장군이 승자가 된다. 그럴싸한 설명 아닌가?


사진 06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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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관리자 인곤지능
    • 2014-08-01 12:23:07

    잘 읽었습니다. 합병은 그동안 근근히 써먹었는데, 아예 완성을 못하게 하는 훼방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을 못해봤네요. 보드게임 긱에도 Best with 2players라고 되어있는데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주신 것 같습니다.
    • Lv.4 Baful-jomtte
    • 2014-08-01 15:36:26

    카르카손 핵심을 완벽히 정리해주셨네요...설명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는 이 부분이 실제 카르카손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그리고 저는 카르카손은 3인플이 가장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2인에선 느낄 수 없는 '어부지리' 의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일부러 촉발시키는 재미가 있지요... ㅎㅎ
    • Lv.1 뿅태
    • 2014-08-02 22:43:22

    ㅎㅎ 네 근데 훼방은 일부러 쓰면 효율이 떨어지고... 암튼 기회를 봐서 탁 놓는게 정답인 거 같아요. 특히 확장인 <inns & cathedrals>를 넣으면 훼방이 진짜 ㅋㅋㅋ <카르카손>은 첫 확장팩 정도는 넣어서 하면 더 딴지가 치열해지는 것 같아요.
    • Lv.1 뿅태
    • 2014-08-02 22:46:16

    사실 2인플 이상 인원으로는 플레이를 잘 못해서... 다만 협력이 더 잘 일어나고 언플 요소가 더 심해지는 듯 해요. ㅋㅋㅋ <카르카손>에는 딴지 외에도 농부 전쟁이나 부하 관리 같은 전략적 요소가 좀 있는데 그 부분은 다루지 못 해 아쉽기도 한 글입니다 ^^
    • 2014-08-14 16:47:17

    4,5인은 안해봤지만3인도 재밌습니다. 2인에는 없는 상황도 발생하죠.언제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 Lv.1 뿅태
    • 2014-08-17 00:37:59

    사실 3인플 이상을 해본적이 많지 않어요. 손에 꼽을 정도? 요즘은 사정상 더 해보기가 힘드네요. ㅠㅠ
    • 2016-11-20 19:56:26

    쉬운 전략 설명 잘 봤습니다. 여관과 대성당이 나오면서 더욱 전쟁게임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막판에 나온 대성당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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