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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오늘은 제 친구의 생일입니다.
  • 2005-04-09 22: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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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61

양력 1990년 3월 1일 제가 태어났고
음력 1990년 3월 1일 녀석이 태어났습니다.

제가 지구에 태어난지
15년 하고도 1달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으며
그 녀석과는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떄 만났죠.
녀석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매우 친한 친구 몇 명 가운데 하나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헤어져도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만한
제 친구의 생일은 오늘입니다.

녀석을 만난건 2년 전이군요
녀석과 제가 사는 집은 그리 멀지 않지만
안양천이 가로지르고 있고 서로의 집 근처에
특별한 시설도 있지 않아 그 전에 만났을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그런 제가 어떻게 녀석과 친해졌냐면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안양천 건녀편,
즉 광명시로 이사를 갈 예정이었는데요
그러면 서울 내부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 말고
잠시 힘들더라도 안양천 건녀편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 학교는 3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현재 3년연속 학생이 사망한 무시무시한(?) 안천중인데요
제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그 학교를 간 사람은 저를 포함 단 3명입니다.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이나 제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전학을 갔다가
안천중으로 간 사람들을 모두 합해도 10명이 안됩니다.

반에 들어갔을 때 낯익은 얼굴은 하나도 없었고
친구들과 몇 번 대화는 해보며 몇 일이 지났습니다.
그 당시 저는 CM이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요
쉬는시간에 혼자서 전략을 짜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 중 몇 명이 다가왔는데 아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러자 애들이 한 사람을 불러와 물어봤는데
그 사람도 모른다고 했고 다만 몇 번 대화나 나눴죠
그 사람이 바로 녀석인데 금새 친하게 지냈습니다.
특히 그 해에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국어 수행평가 중 역할극이 있었는데
녀석이 시나리오를, 제가 사실상 주인공을 맡아
우리 반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죠.
어쨌든 녀석과 저는 서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둘 다 자존심은 센 편이고 키가 크며 매니아성 기질도 있었죠.
저는 시험에 절대 안나오는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었고
녀석은 학교에 컴퓨터 과목이 없는데도 컴퓨터를 열심히 배웠죠.
그러나 저와 녀석 차이에는 매우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악의 근원이라느니 말들이 많습니다만
누구도 주면 거부할 수 없는 돈, 즉 재산의 차이였죠.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 가족은 맞벌이로 한 달 수입이 천만원이 넘습니다.
직장이 안정되었냐고 물으신다면
아버지께선 2년인가 3년전에 좀 불안한 처지에 계셨습니다만
스스로 명퇴하신 후 40대 중후반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셨으니
불안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선 고등학교 교사이신데 20년 근무가 멀지 않았습니다.
교사는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봉급이 올라가는 만큼
이 쪽 역시 충분히 안정된다고 볼 수 있죠.
집은 44평, 4인가족이 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용돈도 또래들에 비해 많은 편이죠.

녀석은 저와 반대대는 부분이 많습니다.
집은 10평대인데 정확히 몇 평인지는 모르겠고...
녀석의 아버지는 올해로 55세쯤 되시는데
소문에 의하면 예전에 사업이 실패하셨다고 하네요.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여서
제가 사는 지역이 공부를 잘 하는 지역은 아닙니다만
평균 점수가 97점이 나와 전교에서 10등 안에는 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제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은 듯 하고
아직도 집에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앞에서 말했듯이 컴퓨터 매니아입니다.
여러가지를 수집하고 인터넷으로 각종 활동을 벌이고 싶어도
벌일 수 없는 형편이지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어느 정도 돈을 주고
여러가지 파일들을 cd에 구워달라고 합니다.
저도 그 제안을 받은 적이 있고 cd를 7장정도 준 것 같네요.
그 때 사례금이 5000원으로 많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친구이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구워주었지요.

제가 보드게임을 시작한 것은 2004년 1월 즈음 이고
첫 번째 구입 보드게임은 1월 중순에 A&A를 샀으나
그 당시에는 오직 전쟁게임에 관심이 기운거지
보드게임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12월 다다이스에서 시타델과 로보77을 사고
A&A는 좀 어려운 게임이라 기피했던 아이들도 그것은 즐겨 했지요.
특히 시타델을 처음 한 사람이 녀석이였습니다.
그 후 현재 보드게임이 27~28개(정확한 수는 모릅니다)가 될 때까지
제가 산 게임 대부분은 녀석과 가장 먼저 했습니다.
녀석이 보드게임을 사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꺼운 도화지로 나름대로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을 보면 놀랍더군요.
높은 평점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만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녀석은 저를 부러워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그 때 들더군요...

어제 저는 새로운 계약을 위해 녀석의 집에 갔습니다.
용돈도 안 받는데 어디서 났는지 만원을 받고 다른 파일들을 주었지요.
세세히 따져보면 제가 한 일에 비해 이익이 많이 남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그 날따라 웬지 미안해 지더군요...

오늘은 녀석의 생일입니다.
원래는 6명이서 시타델을 하려고 했으나
중간에 빠져나가 3명이서 루미큐브, 인트리게, 세레니시마를 했습니다.
이런 날에는 세레니시마를 처음 하는 녀석에게 한 번 져줘야 할 텐데
제노바 혼자서 8라운드만에 발렌시아와 베네치아를 끝내버렸습니다.
다만 이런 스케일이 큰 게임들을 가져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분명히 녀석이 부러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녀석의 생일인데도 녀석이 아무 말이 없어서
그냥 제가 친구들과 함께 쳐들어간 것이라
그 누구도 준비된 것, 특히 생일선물도 없었습니다.

어젯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루미큐브 짝퉁을 구매했습니다.
제가 중세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군주론의 모델이자 야망을 위해 추기경의 직위를 버리고
형제마저 죽인 발렌티노 공작 체사레 보르자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인정이란 것이 있네요...
솔직히 루미큐브 클래식을 사주고 싶었고
정 안되면 미니나 보이저, 포켓이라도 사 주고 싶었습니다만
재정상태도 안 좋고 저도 후에 웬지 꺼림칙 할지도 몰라서
정품은 살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짝퉁이라도...보드게임을 즐기게 하고 싶더군요.
타일의 질 같은게 좀 걱정되기는 합니다만
앞에서 말했듯이 웬지 정품을 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저도 돈이라는 것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걸까요?

월요일이 되면 평소때처럼 녀석에게 장난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올 때에는 택배도 도착해 있을 것 같구요.
시험이 끝나고 어린이날에는 보드게임 모임이나 가볼까 합니다.
녀석이 용돈을 안 받기 때문에 제 자금 압박이 심하겠지만
한 번 정도는 가보게 해 보고 싶군요 ^^

제 인생 중 가장 친한 친구에겐 한참 못미치고...
지금도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인 친구이지만
그 녀석의 생활 형편이 안 좋은 환경더라도
한 번도 보지 못한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저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저와 가장 친했던 친구와 어이없이 연락이 끊겼을 때 처럼
저는 지금까지 여러가지 후회스런 일들을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후회가 들지 않도록 지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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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05-04-09 22:49:34

    우정 보기 좋네요 ^^
    열심히 잘 키우고 지켜나가시기 바람다요 ^^
    • 2005-04-09 22:54:25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5-04-09 22:57:24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내용을 떠나서 글을 감칠맛 나게 쓰는 능력이 정말 중학생 답지 않습니다.
    마치.. 소설가 은희경씨의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과대평가일지..

    여하튼.. 저도 친한 친구와 연락이 끊겨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 Lv.1 GM-90
    • 2005-04-10 10:01:31

    정말....,..혈제진님...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군요;;
    음.....
    • 2005-04-10 10:03:58

    저도 인생을 얼마살지않아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잘모르겟습니다만은 인생은 s자곡선으로 흘러가는것같습니다
    비록저도 이제 중3인사람인데 지금도 s자곡선을느낍니다
    안좋은일이있으면 또 좋은일이생기고 좋은일이있으면
    안좋은일이생기구요..
    s자곡선이 계속지나가면서 남는것은 돈일까요?;;
    저는 절대아니라고봅니다.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시면 '돈'을 선물하신다 생각하지마시고 '기쁨.희망'을 선물한다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짝퉁이나 메이커(?)나 같은선물이 될것입니다
    그래서 그친구가 선물을받고 기뻐한다면 그 이상바랄게없다고
    생각합니다.. 꼭후회없이 친구관계를 잘이어가길바랍니다..
    • 2005-04-10 10:10:39

    흠.. 안천 -_-; 제가 중3 때 안천중에서 어떤 학생이
    수업시간에 평소 괴롭히던 학생을 칼로 찔러서 죽였따고...
    제 친구들 중에도 그 죽은 학생이나 죽인 학생을 아는 놈들도 많은...
    그 당시 엄청 충격을 먹어서; 같은 동갑인데 그렇게.. 흠;;
    • Lv.9 펑그리얌
    • 2005-04-10 13:49:30

    멋진 글이군요. :)
    우정...오래오래 이어가길..
    • 2005-04-11 12:01:59

    좋은 우정 끝까지 함께하길 바랄꼐여~~
    친구가 있다는것~~, 정말 좋은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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