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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리뷰라긴 뭐하지만... 오랫만의 로빈슨 크루소 일기...
  • 2015-09-14 17: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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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놈을 뻠프질 하기위해 카톡으로 보냈던 내용을 올려봅니다.


리뷰라긴 소설같은 느낌이고.. 후기라기엔 솔플인지라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는데..


아무래도 이쪽이 맞는 듯하여 이쪽으로 글을 옴깁니다.


이런느낌의 게임이구나 하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구에게 소개 하고 싶었던 게임인 로빈슨 크루소를 꺼냈습니다.


자원 채취때 한종류의 자원만 가져온다거나. 날씨단계에 지붕 계산을 안한다거나.


오랫만에 플레이라 감을 잃어버려 에러플도 좀 나왔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네요


게임을 꺼내 셋팅 하고 커피한잔 준비 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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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온몸에 감각이 없다.....

느껴지는건 눈이 부시게 밝은 빛 뿐이다.


흔들거리는 정신을 붙잡으며 힘들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본다.


눈이 부시다.......

새파랗게 맑은 하늘이 눈이 부시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파랗게 맑은 하늘과 넓은 모래사장......

꿈속 같다.... 왜 내가 이곳에 누워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깨질것 같은 머리를 붙잡으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분명 공사현장에 문제가 생겨 급히 배를타고 가던 중이었다.


멍청한 것들......

지반이 약하다고 토목공사 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얼간이들....

분명 그 멍청이들을 욕하며 커다란 페리호 난간에 기대어 담배 한모금을 빨아들이고 있었을 터이다.


그리고.....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렸고....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바쁘게 뛰어다니며 소리지르는 선원들의 모습....


시끄러운 경보음...


급하게 풀어내리던 구명정들....

짐조차 챙기지 못하고 인파에 휩쓸려 정신없이 구명정으로 뛰어가던 중...


폭발음... 새빨간 불빛...

차가운 감각과 흐려가던 눈앞....

아른한 시선 너머에 보이던 불타는 배....


머리가 아프다...

암초 같은것에 걸려 파손된 배가 폭발이라도 했던것일까....


깨질 듯한 머리를 붙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워본다.

다행히 크게 다친것 같지는 않다.

얼마나 휩쓸려 다닌건지 몇일이나 지난건지 감도 오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발자국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백사장과 울창한 숲 뿐이다..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  그런 큰배가 사고가 났는데 구조대가 곧 오겠지...

일단 연기를 피워 구조 신호를 보내야 겠다...


가지고 있는건.......

허리에 묶어둔 작은 가방에 들어있는 건빵 몇조각과 파이프 담배 뿐인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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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쉴 수 있는곳이 있어야 겠지...


백사장과 숲의 경계선 즈음에 주변에 있는 커다란 나뭇잎을 뜯어와 바닥에 깔아둔다.

일단은 이곳을 기점으로 주변을 둘러봐야 겠다.


나뭇잎을 깔며 이런저런 걱정을 하던 중 숲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온몸이 긴장감에 굳어간다.

사람일까?

아니면 맹수일까?

조심스레 바닥에 있던 돌맹이를 쥐어본다....


부시럭... 부시럭...


천분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타난 것은 초최해 보이는 한명의 사람과 커다란 개였다.

옷 상태를 보아하니 원주민 같지는 않고 나와 같은 조난자 인것 같다.


그 사람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이야기 하는데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멍하니 처다보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키며 "프라이데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허우적 대며 몸으로 얘기한 결과 프라이데이는 배에서 일하던 잡일꾼이란걸 알게됐다.

배의 가장 밑에서 노예처럼 생활 한듯 아주 초최해 보였다.


한참을 움직이며 얘기 했더니 허기가 밀려온다.

이 친구와 둘이서 힘을 합쳐 이 섬을 탈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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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프라이데이와 해변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가며 바위틈, 해초더미등을 뒤져본다.

저만치 앞서가던 플라이 데이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댄다.


급한 마음에 달려가본다.


프라이데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바위사이를 보니 파도에 쓸려온듯한 나무상자가 끼어 있었다.

상자를 끌어올려 뚜껑을 뜯어보니 약간의 과일과 꽁꽁 밀봉 되어 있는 조난용 비상 식량이 들어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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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져올린 식량을 야영장 주변에 던져 놓았다.

프라이데이는 부시럭거리며 무언가를 시작했다.

몇번을 불러도 무언가에 열중 한듯 흘깃 처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야영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던 개 녀석이 숲을 향해 짖어댄다.

그래..... 주변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여러가지를 할 수 있겠지...

필요한 무언가를 구할 지도 모르고...

혹시나 사나운 동물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 녀석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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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볓을 가릴정도로 우거진 나무들이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산등성이가 나타났다.

주변을 보아하니 군데 군데 쓰러진 나무들이 보인다.


이건 땔감으로 쓸 수 있을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주섬주섬 몇가지를 주워본다.

나무를 더 많이 모으려면 도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며 줍고 있는데 개가 마구 짖기 시작한다.

그러자 숲덤불 뒤에서 무언가 도망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동물이 있는것 같다.

사냥만 할 수 있다면 고기도 먹을 수 있고 가죽도 쓸 수 있겠지...


맹수가 아니기만 빌자....


나무 조각들을 주워 돌아오는길에 썩은 나무 옹이에 이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나무 수액같은건가??


몸을 숙여 만져본다..

미끌거리는게... 수액은 아니고... 기름?

어째서 기름이?


주변을 둘러보니 타다 남은 나무와 썩어가는 제법 두꺼운 나무들이 보인다.

언제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불이 났었나보다.

그로인해 무언가 열매의 기름이 나온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큰 수확이다.

주변의 커다란 잎사귀에 조심스레 기름을 옴겨 담아간다.


봉화를 피우기 수월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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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엇 뉘엇 져물고 있다.

숲속에서 가져온 기름을 봉화를 피울장소의 나무더미에 부어둔다.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담배를 올리고 부싯돌을 켜본다.


후욱.......

하얀 연기가 붉은 노을 위로 흩어진다..

조용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약간의 걱정이 하늘에 퍼져나가는 것 같다.


담배도 얼마 없군... 아껴피워야 겠다고 생각한다...

담배 한모금에 내일 할 일들을 생각해본다..기운이 좀 나는 것 같다.

아까 바닷가에서 줏어온 과일을 꺼내먹고 피곤한 몸을 나뭇잎 침대위에 눕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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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피곤했던 모양인지 생각보다 깊게 잠들었던 모양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서 그런가 온몸이 삐걱거린다.


바람을 막기 위해서 천막이라도 만들어 봐야 겠다..

어제 주워온 나무로 집 비슷한거라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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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과 잎들을 주섬주섬 가져와 이리저리 세워본다.

숲속에서 시선이 느껴져 바라보니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나무 위를 쳐다보니 원숭이들이 부산스레 뛰어다니며 나를 내려본다.


무시하고 작업에 열중해본다.

나뭇가지며 먹던 과일 조각등이 떨어진다.

신경쓰지 말자고 중얼거리며 지지대를 세워본다.


슈우우우우웅~  퍼억!


둔탁한 느낌이 머리에 전해진다.

휘청거리며 손을 짚었는데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지대들이 우르르 무너진다.


젠장!!

망할 원숭이들...


손에 맞는 연장도 없어 힘든데 저런것들까지 방해를 하다니...


고함을 질러대며 주변에 떨어진 것들을 집어 던져 원숭이들을 쫒아내본다....


허억허억... 오기가 생기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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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을 쫒아내고 씩씩대며 돌아오던 중 프라이데이를 보니 무언가 열중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껍질에 나뭇가지를 열심히 비벼대고 있었다..

불을 피우려고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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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중하고 있는 프라이데이를 뒤로하고 숲주변을 어슬렁 거려본다..


휘이이이잉....


어딘가에서 바람이 돌아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에 찾아가보니 작은 동굴이 있다.


두리번 거리며 쓸만한것을 찾아보았다.


배고픔에 죽었는지, 어디서 상처를 입고 동굴로 피신한건지.. 동물의 사체가 있었다.

썩을대로 썩어 먹을 수 있는건 기대할 수 없었지만 가죽은 손질만 하면 쓸수 있을것 같다.


모피를 챙겨 야영지로 돌아오니 붉은 빛과 열기가 야영지 주변을 감싸고 있다.


프라이데이가 불피우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확실히 불이 있으니 포근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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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를 떠나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한다.


숲으로 들어가려고 주섬주섬 준비하니 개도 따라올 심산인지 쪼르륵 따라온다.


이번엔 남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울창하던 나무숲을 얼마 안지나니 꽤 넓은 초원지대가 나타났다.


허리만한 갈대 숲이 펼쳐진 초원에 한 발짝 들어가니 푸드득 거리며 새들이 떼로 날아오른다.

덫만 있으면 몇마리 잡을 수 있겠는걸?


새들이 날아오른 자리 쪽으로 가보니 작은 동물의 사체가 있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사냥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챙겨둔다.


고기를 챙겨 일어나려는데 갈대숲이 움직이며 무언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도 동물들이 있나보군.. 맹수만 없으면 좋겠는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무기같은 것 만들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나오려는데 무언가 이질적인 구조물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보니 풀과 덩쿨에 둘러쌓인 비행기의 잔해였다.


삭을대로 삭아 부서질듯한 녹슨 잔해...


언젠가 전쟁에서 추락한건가?


조종석을 들여다보니 백골이된 뼈와 삭아버린 옷이 조종것에 앉아있다.

조심스레 계기판쪽을 쳐다보니 사랑하는 연인이었을까? 작은 펜던트 안쪽에 빛배랜 여인의 사진이 보인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운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비행기의 잔해에서 날카로운 파이프를 집어 올린다.

이건 무기로 쓸 수 있겠는걸?

일단 챙겨가기로 한다.


파이프를 들고 뒤돌아 나오려는데 무언가 눈에 스쳐간다.

다시 뒤돌아보니 작은 상자 같은게 잔해 밑에 깔려있다.

보급품이라도 있을까 기대하며 상자를 열어보니 엄청난 수의 작은 거미떼가 나를 덥쳤다.


젠장... 기분 나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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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로 돌아와 보니

주변을 탐색하느라 적당한 먹을 거리를 구할 생각을 못했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건빵을 꺼내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린다.

무언가 맛있는게 먹고 싶다..

젠장..


그래도 굶는 것 보다는낫지 않냐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낮에 프라이데이가 피워둔 모닥불 옆에 쪼그리고 누워 온기를 느끼며 잠을 청해본다.




부시시 눈을 떠보니 온몸이 쑤셔온다.

집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전에 실패한 집을 지어봐야 겠다.


다행히 오늘은 원숭이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놓고 집중할 수 있겠군....


나무가지들로 뼈대를 세우고 고정 한 뒤 어제 주워가죽을 덧대어 바람을 막아본다.

제법 쓸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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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갑게 불기 시작한다

하늘에 먹구름도 꾸물거리는게 비가 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기세를 몰아 지붕작업도 해본다.

나뭇가지를 엮어 뼈대를 만들고 가죽을 쪼개고 펼쳐 지붕에 덧대본다.

이 정도면 이슬비 정도는 피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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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 작업을 끝내가고 있던 중 프라이데이가 무언가 잔득 짊어지고 온다.


저 친구 어딘가에서 쓸만한  나무를 모아온 듯 하다.


듬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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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몰두하다보니 허기가 진다....

오늘도 주머니에 있던 건빵을 꺼내 입에 넣는다.


이게 마지막인가???


야영지를 제법 준비해뒀으니 내일은 먹을걸  구하려 다녀야겠군.....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오두막으로 향했다.


두툭..투둑...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역시나....

오두막을 지어놓길 잘했단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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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스름해지지도 않은 새벽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다.


오두막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숲안쪽 저멀리 하늘이 붉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어둡다...

불이라도 난 것일까?


여기까지 불이 번지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나무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흔들리며 점점 소리가 다가온다...


전에 주워온 파이프를 손에 쥐고 긴장해본다...


끼끼끼끽!!!! 끼끼끽!!!


원숭이 떼다!


숲의 불길을 피해 도망쳐 온것인가? 유난히 흥분한 것 같아보인다.

녀석들이 괴성을 지르며 야영지로 뛰어 들어왔다.


나와 프라이데이 역시 소리를 지르며 파이프를 휘둘러 녀석들을 쫒아보려한다.

하지만 흥분한 녀석들에게 역효과 였던걸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온 야영지를 헤집어 놓는다.


삐이이걱..... 와르르르!!!!


젠장 오두막이 지붕이 무너졌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뿌듯해하던 오두막이었는데....


저 원숭이 녀석들은 끝까지 날 괴롭히는군...


한동안의 괴성과 파이프질로 간신히 녀석들을 쫒아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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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부산스레 움직인 덕분인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휘젓는다.


빌어먹을 원숭이들.....

그 녀석들을 잡아다가 구워먹어 버리던가 해야겠다...

그래..... 구덩이를 파고 함정을 만들어서 잡아봐야 겠군...

그러기 위해 몇가지 준비를 해야겠지?


주섬주섬 만들거리를 위해 도구들을 챙겨본다.

프라이데이도 무언가를 꼼지락 거리며 준비한다.

그러더니 바닷가로 걸어간다.

무얼 할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우선은 프라이데이를 등지고 오두막을 수선해 보기로 한다.


부서진 지붕 잔해들을 뒤져 쓸만한 나무들을 주워와 얼기설기 연결해본다.

잘 고정하고 나뭇잎을 엮어 지붕에 얹어 본다.


불안하지만 버틸것 같은데?


연장도 재료도 부족하니 이것밖에 안되는군.....

목수로서 자존심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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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대충 수리하고 구덩이를 파기위한 삽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칼이 없으니 무엇을 해도 쉽지가 않군...


나무판을 돌로 찍고 쪼개어 삽 머리를 만든다..


쿵! 쿵! 쿵! 쿵!


쩌억....


쿵! 쿵! 퍽!


크윽...


돌이 깨지며 손을 긁혔다.

하아.. 기운빠지는걸?


한참을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숲속에서 커다란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맹수다.. 커다란 녀석이야...근처에 있는것 같다....

나도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며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잠시 후 울음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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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해변가를 뛰어다니던 프라이데이가 돌아왔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커다란 물고기  하나를 짊어지고 말이다.


휘우~~


저 정도면 오늘 하루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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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거리던 하늘이 드디어 마음을 먹었나보다.

한두방울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더니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춥군.....


오두막으로 들어가 몸을 쉬려는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자세히 보니 이건........눈?

설마.... 눈??  날씨가 그렇게 추워진건가?


불을 지펴 온기를 더해보려 모닥불에 다가갔다.

그런데.... 젠장.....

작업하느라 나무를 해다 놓는걸 깜빡했군.....

어쩔 수 없이 온몸을 끌어안고 구석에서 추위를 견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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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추위도 추위지만 예전의 기억들....


항해를 떠나며 투덜대던 기억...


떠나기 전 보통의 생활들.....


처음으로 출근을 하던날....


나무가 좋아서 만지작 거리던 기억들...


어린시절 아버지가 태워주시던 자전거....


따뜻한 집....


모든게 그립다....

그 멍청하던 부하직원들 마저 그립다...


기운이 없다...

의욕이 떨어진다....

우울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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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도 없고 우울하고 모든게 하기 싫어진다...


오전내내 야영지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마음을 다잡아 봤다...


그래... 구조되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거지...

매몰차게 대했던 녀석들에게도 조금은 따뜻하게 대해 줘야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조금이라도 기운내서 구조요청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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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내서 이번엔 날붙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칼이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겠지...


길쭉한 돌을 줏어와 돌로 쳐내어날카롭게 만들어본다..


탁! 탁!

탁! 탁!

탁!  퍼억!!!!


젠장 안그래도 우울하고 힘든데 엎친데 덥친다고 돌조각이 깨지며 날아든다.


날카롭게 깨진 돌조각이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벌어진 상처 틈 사이로 노을처럼 붉은 핏방울이 흐른다...


젠장...젠장...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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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던 도구들을 집어던지며 하늘에 대고 고함을 질러댄다.


미친듯이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지르고 집어던진다.


하늘을 원망한다.

세상을 원망한다.

나 자신을 원망한다.....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고함을 질러댔을까...

목은 쉬어버리고 제풀에 지켜 숨을 고르던 중 프라이데이가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처다보니 어디서 잡았는지 팔뚝만한 물고기와 나무 한웅큼을 가지고 나를 보여 서있었다.

뭐라고 나지막히 얘기하며 나를 응시한다.


프라이데이의 눈빛은 따뜻하다...


법이나 먹고 힘내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오늘을 버티고 내일도 버티려면 먹어야지....

기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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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가 잡아몬 물고기를 나눠 먹은뒤 정리를 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굵어진다.


춥다...마음마저 춥다....

프라이데이는 따뜻한 솟으로 어깨를 툭 치며 오두막을 가리킨다...


밖에 널브러진 도구들을 대충 수습하고 빗물에 불이 꺼지지 않게 나뭇잎으로 덮어 불씨를 보호한다.

몸도 으슬거리고 기운도 없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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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날이 밝았다...


어제의 비 때문인지 밤새 추위에 떤 까닭인지 몸도 으슬거리고 기운이 없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가 온듯하다..


아침부터 열심히 무언가를 하던 프라이데이도 오늘은 늦잠을 잤는지 이제야 어슬렁 거리며 오두막을 나온다.

걷는 모양새가 더디다... 어디 안좋은 걸까...

유난히 어깨가 쳐저보인다.


불안하다.....


오전내내 야영지에 누워 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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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누워있다간 점점 더 우울해 질 것 같다.

힘겨운 몸을 이끌고 어제 못한 칼이라도 만들어보려 움직인다.


쓸만한 돌을 가져와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돌끼리 부딧혀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오두막에서 쉬고 있던 프라이데이가 어기적 거리며 나온다.

힘겨운 발검을으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돌을 잡아주며 씨익 웃어보인다.


그래... 혼자 하는것 보다는 힘이 난다.


둘이서 한참을 뚝딱거리다보니 생각보다 쉽게 칼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제법 쓸만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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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곳 섬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는것 같다.


추위를 피하기위해 오두막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빗줄기에 지붕은 속수무책이다.

빗물의 반은 오두막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뒤적거리던 중 전에 바닷가 상자에서 찾아낸 비상식량을 꺼냈다.


조용히 반을 떼어 프라이데이에게 건네준다.

프라이데이도 조용히 받아 아무말없이 우물거린다......


춥다... 서럽다..

조용하고 무거운 저녁식사를 마친 프라이데이와 나는 추위를 피해 무릎을 한껏 끌어안고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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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새벽 몸서리 처질정도의 추위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려본다.

살을 애는듯한 추위....

딱딱하게 굳어가는 듯한 팔다리를 움직여 모닥불 근처로 기어가본다.


나무를 넣어 불을 키워보려 뒤적거린다.

하지만 지난밤 빗물 때문인지 아니면 깊은 밤 추위 때문인지 불씨가 죽어있었다.


점점 감각마저 잃어가는 듯한 몸뚱이를 끌고 프라이데이에게 간다.


이대로 있다간 얼어 죽을 것 같기에 불씨를 살려보려 프라이데이를 부른다.


잠에 깊이 빠진건지 프라이데이는 미동조차 하지않는다.


목소리를 내는게 이렇게 힘들었던가..

다시한번 힘을 내어 프라이데이를 불러본다.


하지만 여전히 프라이데이는 미동조차없다.


어쩔 수 없이 몸뚱이를 끌고 프라이데이에게 기어간다...

힘겹게 프라이데이의 옆까지와 간신히 건드려본다.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은 사람의 온기가 아닌 차가운 고깃덩이를 건드린 감각.


두려움이 등줄기를 타고 지나간다.


설마........


그를 흔들기 위해 손을 뻗어 어깨를 잡는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


미동조차 없던 그는 숨조차 멈춰있었다.

추위를 견뎌보기 위해 최대한 움츠린 갓난아기의 모습 그대로 그렇게 굳어있었다.


눈앞이 뿌옇다....


눈가를 채운 눈물마저 흐를 틈도 없이 한기가 체온을 훔쳐간다.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떠나기전 투털거리던 기억들...

따뜻한 집 벽난로와 포근한 침대...

한상 가득 차려져 있는 맛있는 음식들과 따뜻한 스프....

그 곁에서 웃어주며 즐거운 친구들....


모든게 그립다...


점점 졸음이 밀려온다.....


눈꺼풀을 들기 싫어진다.....


이대로 예전의 기억들에 파뭍혀 행복하고 싶다...


멀어저가는 의식속에 희미하게 미소가 새겨진다.


그래... 이 섬에 온건 꿈일꺼야...


악몽...........


이대로 자고 일어나면 따뜻한 침대에서 깨어나겠지.....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겠지....


참 지독하고 생생한 악몽이었다고.....


.....


....


...


..


.


악몽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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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오랫만의 로빈슨 크루소라 감을 많이 잃었었네요...

생존이나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기 보단

친구놈에게 관심을 주기 위해 전에 다다에서 본 일기형식으로 써보내 봤었습니다.

이런느낌의 게임이구나 하는걸 알려주기위해..


덕분에 6일만에 얼어죽었네요...

글좀씨가 부족하더라고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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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 야리꿀라
    • 2015-09-14 21:38:56

    글솜씨가 정말 좋으신데요 ㅎㅎ로빈슨 크루소 후기가 다른 게임 후기보다 더 재밌는것 같아요.
    • Lv.1 야리꿀라
    • 2015-09-14 21:44:57

    다시 읽어보니 감동의 역작인데요..나도 이렇게 로빈슨 하고싶다..
    • 2015-09-14 22:20:11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에러플도 좀 있었지만 친구녀석에게 이런게임이다라는걸 보여주고 싶어서게임플레이 보다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썼었습니다.미흡하지만 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5-09-14 23:02:18

    그 친구분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관심이 확 가네요 이번 주에 겜하러 가야겠어요
    • Lv.1 Halo
    • 2015-09-15 00:11:56

    즐겁게 잘 봤습니다. 각 상황이 그려지는게 글솜씨가 뛰어나시네요.. ^^
    • 2015-09-15 13:43:13

    관심이 생겼다니 다행이네요이번주에 겜하러 오세요 ㅎㅎㅎㅎ
    • 2015-09-15 13:44:26

    감사합니다. 의도치 않게 새드앤딩이지만 탈출을 목표로 했던게 아니라 예정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보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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