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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 2003-09-10 05: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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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0

지금 시각 새벽 4시 40분
방금 전에 황당한 3인조에게 당한 아픔 때문에 다다이스에 하소연하고 싶어 집에도 못들어 가고 있습죠, 네.
새벽 두 시가 좀 넘어서 전화가 왔었더랬죠. 거기 지금도 영업하냐고...
3시가 좀 넘어 세 분이 나타났습니다.
모두 첨 보는 분들이었죠.

메뉴판을 갖다 드렸더니 직접 고르시겠다며 웬만한 것 해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헉, 야심한 새벽에 매니아 출현이라... 흐흑, 사발면 먹으려고 물 받아 놨는데 불어터진 거나 먹어야겠군. 쩌비...'

대번에 디플(디스플러스는 아니겠죠?)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웬만한 게임은 다 해보신 분이 디플이 3인용으로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실 줄이야....

"곤란합니다. 세 명이서 즐겼다는 기록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히스토리 오브 더 월드요."
(윽! 초저녁부터 다음날까지 돌려야 할 게임만...)"그것도 곤란합니다...."

뭐 이건 거짓말이었죠. 사실, 추석 명절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고른 것은 플로렌스의 제후였습니다.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 정감이 가지 않는 게임이라 별로 많이 돌려보진 못해 약간의 근심을 뒤로 하고 설명을 시작했죠.
하지만 너프의 비밀 병기, 룰 써머리가 있으니 뭐 문제 없겠지.. 헤헷...

WV동점 상황에서는 누구도 3PP를 못 먹던가, 아님 다 먹던가... 헷갈려서 룰북 컨닝한 거만 빼놓고는 순조롭게 설명을 거의 다 했죠.

'제스터는 예술가들에게 오락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작품 창작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워크 밸류가 2씩 추가 되고,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이다. 자유가 억압된 환경 속에서는 아무런 창작 활동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각각의 프리덤 타일을 따 오는 것도 중요한 액션이 된다.'
슬쩍 마광수 교수까지 화두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의 설명에 도취되어 있는데....

헉, 한 분이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뭐... 두 분이 알아서들 하겠지.

설명을 다 끝내고 라면을 먹으려고 했지만 국물을 모조리 흡수한 그 오징어다리통만한 면발 앞에 결국 GG를 치고 말았죠.

뭐 빠진 거 없나 룰북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난 후 다시 편의점으로 라면 사서 물받아 들고 돌아왔는데....

털썩....

..............접으셨더만요.

게임 방식은 완벽하게 이해가 됐는데 너무 무미건조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이유였죠.

어라 이거보게....? 혹시 이 자들은....?

이번에는 마레 노스트럼을 하시겠답니다.

"마레 3인플은 재미 한 개도 없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이 퀘스트 포 더 드래곤 로드를 열고 계시더군요.

"그건 전에 게임 중간까지만 했는데도 5시간이 걸렸습니다."

"에이지 오브 르네상스는 어떤 게임인가요?"
'점점....'

이런 저런 핑계로 모두 커트해냈지만 세레니시마는 뭐 도리가 없더군요.
나름대로 지금껏 고른 게임 중 제일 빨랑 끝나는 게임이고 하니까...

'졘장, 라면 한 번 먹자는데....'

라면 먹기 포기하고 설명했습니다.
설명하다 말고 약이 올라 물었죠.

"혹시 다른 까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신가요?"
"아뇨, 이 친구가 게임을 아주 좋아해요."

나이들어 보이는 한 분이 가장 젊은 친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뭐 젤로 빠릿해 보이시긴 했습니다. 미리 룰북은 조금 읽어봤다고도 하더라구요.

'그럼 두 사람은 뭐야...? 그냥 볼모로 잡혀 온거야? 아무래도 사장과 종업원의 관계인 것 같은데....'

뭐 어쩌갰습니까? 그래도 손님은 손님인 것을.
그냥 또 열나게 설명했죠. 4번째 전투 페이즈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두 분이 고개 숙이고 주무시더군요,
그 젊은 친구만 빼고.

뭐 수업받는 것도 아닌데 자는 분 깨울 순 업어서, 에라...마이 웨이다.
그렇게 한 30분 가까이 설명을 하고 밖에 나가서 다시 라면을 사러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냥 우유만 사갖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예상했던 상황을 결국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한 턴 달랑 돌고 끝....

그 젊은 친구는 이후의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 저에게 질문을 하더군요.
나머지 두 사람이 너무 피곤해 해서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쪼다같은 저는 일일히 설명을 다 해 줬습니다.

예전엔 그런 사람들이 제법 되긴 했지만
라 찌타와 좀비를 합쳐서 30분 만에 끝내버린 초유의 사태를 제외하곤 그래도 끝까지 게임을 하고 가셨는데...

저 3인조분들은 자신들의 말처럼 진짜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일까요? 그래서 참고 삼아 룰을 모두 듣고 싶어했던 걸까요, 아니면 제 짐작 대로 얌체족들일까요.
뭐, 전자든 후자든 속이 상한 건 부인할 수 없네요.

................까페 종사자들에게 맨날 이용만 당한 바보같은 갠달프.

PS. 신촌의 C모 까페는 너프 게임 소개글로 매뉴판 만들어 여전히 잘 써먹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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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03-09-10 08:07:33

    제가 짜장큰사발 먹던 그 시간에 갠달프님은 오징어큰사발 드시고 계셨군요..ㅠㅠ

    진짜 게임을 좋아하지만 오늘 하루쯤은 참고 삼아 룰을 듣고 싶어하는 얌체 손님들한테 당하셨다니...ㅠㅠ 힘내세욤!!
    • Lv.25 WinDOS
    • 2003-09-10 08:56:03

    음냐음냐... 얌체 손님들 너무하시넹...
    갠달프님 힘내세요... !!
    그리고 추석도 꼭 잘보내십시요.. !!
    • Lv.1 진유랑
    • 2003-09-10 09:22:11

    갠달프님 힘내세요~^^
    • 2003-09-10 10:22:37

    힘내시고 추석 잘 보내세요~
    • Lv.1 코른
    • 2003-09-10 14:38:22

    사실.. 어떤 가게나.. 당해봤음직한..
    꿀꿀한 일입니다.
    저희는 요즘은.. 설명시간이 좀 걸리거나.. 누구나가 재미있게 즐기기 좀 힘든게임들은 방안으로 모셔두고 있습니다.
    얼굴아시는 분에게만.. 내어드리고.. 첨오셔서 다짜고짜.. 그런거 달라시는 분에게는 그냥..없다고 하고 맘니다.
    그런 게임들을 설명하면서 '두시간이상 하지 못하시면 벌금 10만원을 받겠다'고 해야 할까요? 쩝..
    암튼 기운내셔요..
    • 2003-09-10 16:11:31

    그 분들을 밧줄로 묶어서 오징어 다리통만한 라면을 강제로 먹여주셨어야죠 ㅎㅎ
    • Lv.4 geek
    • 2003-09-10 17:25:39

    갠달프님 대단하십니다. 라면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시다니.. 그 얌체족은 정말 심하군요.
    • Lv.1 카라멜마끼아또
    • 2003-09-10 19:51:36

    심하게 표현하면 산업스파인 것인디... 그냥 와서 도와달라면 될 것을... 당하는 사람은 무척 기분이 나쁠 듯 하네요. 힘네세여
    • Lv.1 wine
    • 2003-09-11 19:29:05

    대단하시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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