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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미리보기] 상품은 흘러야 한다, <동인도회사>
  • 2023-08-10 2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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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동인도회사>는 해상 무역을 테마로 한 유로 게임으로,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른 물가 변동과 주식 등의 개념이 잘 녹아 있습니다. 상품 공급량을 결정하는 주사위 굴림으로 인한 운 요소가 약간 있으나 대부분은 플레이어 인터랙션으로 매 양상이 변화합니다. 그렇기에 상호작용이 꽤 강하고, 줄서기 시스템이 있어 플레이어 수가 많을수록 진가를 발휘합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독자적인 메커니즘은 없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진행과 상황 변화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워서, 복잡하지 않은 규칙으로 상당히 다채로운 변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주요한 요소들을 제가 몇 가지 설명드리고 나면, 아마 여러분은 규칙서가 없이도 이 게임이 무엇을 즐기는 게임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하나. 상거래

게임의 주축인 활동은 배를 보내 타지의 상품을 사서 현지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현실의 상거래를 굉장히 심플하게 요점 정리해 둔 시스템을 지니고 있습니다. 타지 시장과 현지 시장에는 상품이 일정 수준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장에 공급이 많으면 상품값은 낮아집니다. 공급이 적으면 상품값은 올라가죠. 그러니, 공급량이 많은 타지의 상품을 (싸게)빨리 사서 공급량이 적은 현지에 (비싸게) 팔면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매 라운드, 각 시장에는 이전 라운드에서 상품을 사고판 상태가 그대로 게임판에 유지된 채로 상거래를 행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타지 시장에서 상품을 사는 선적 단계(4단계)가 되면, 그때 시장의 상태가 최종적으로 결정됩니다. 여러분이 구매하는 타지 시장의 상품 공급량은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이 결정됩니다. 즉, 다음과 같이 시장에 상품이 보충되며, 그만큼 상품 가격이 떨어집니다.
  • (타지) 시장에 이미 놓여 있던 상품 개수 + 타지 시장 카드에 표시된 상품 개수 +주사위 굴림
반대로 선적한 상품을 현지 시장에 푸는 판매 단계(5단계)가 되면, 시장에 이미 공급된 상품량이 조절됩니다. 즉, 다음과 같이 시장의 상품이 줄어들며, 그만큼 상품 가격이 올라갑니다.
  • (현지) 시장에 이미 놓여 있던 상품 개수 - 현지 시장 카드에 표시된 상품 개수 - 주사위 굴림
주사위는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을 나타냅니다. 반면, 고정 변수인 시장 카드는 해당 시장이 활성화되는 차례가 오기 전까지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 있는 상품 개수를 바탕으로 적당히 예측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가운데에는 이 시장 카드를 자기만 미리 보는 것도 있습니다. 정보를 선점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습니다… 

 
둥근 선박 타일에서 왼쪽에 적힌 숫자가 적재량, 오른쪽에 적힌 숫자가 선박의 속도입니다.

둘. 선박과 항해

위에서 계속 이어서 생각해 봅시다. 타지 시장에서 누군가가 먼저 상품을 사가면 그 상품이 희소해지고, 자연히 가격은 올라가겠죠. 반대로 현지 시장에서 누군가가 상품을 먼저 팔면 시장에 공급량이 늘어나니 후주자들은 상품을 저가에 팔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여기에서 경쟁이 생깁니다. 어느 시장에든 먼저 도착하는 게 이윤 폭을 키우기 좋죠. 

그러면 누가 먼저 사고 누가 먼저 팔까요? 선적/판매 단계에 차례를 진행하는 선박 순서는 [1. 그 항구에 정박해 있던 선박 / 2. 속도가 더 빠른 선박 / 3. 그 항구로 먼저 출항한 선박]입니다. 

여러분의 선박에는 속도와 적재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개 이 둘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많이 사오려면 속도를 양보해야 하고, 속도를 중시하면 남들이 상품을 넉넉하게 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보낼 수 있는 권역은 총 3군데입니다. 어느 권역이든 차는 기본으로 판매하고, 중국(권역 I)에서는 비단을, 동남아시아(권역 II)에서는 커피를, 인도(권역 III)에서는 향신료를 판매합니다.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는 차가 제일 마진율이 떨어지고, 어지간해서는 언제든 살 수 있으니 대개 차순위 구매 품목이 됩니다. 즉 그 이외 품목 가운데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팔기 좋은 걸 남들보다 먼저 사서 먼저 팔기 위해 속도에 투자하든지, 타이밍과 박리다매를 노리고 적재량에 투자하든지 할 겁니다. 남들보다 너무 뒤에 도착해서 살 물건이 없다면, 이번 차례의 희생을 각오하고 선박을 그곳에 알박기해 버리는 것도 유효합니다(다만, 차례에 매출이 너무 낮으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어느 권역에 보낼지, 어느 선박을 보낼지, 남이 출항시키기 전에 보낼지 후에 보낼지, 온통 눈치 봐서 고민할 것들이 잔뜩입니다. 그걸 위해 시장 상황도 읽어야 하고 남들이 뭘 노리는지도 예측해야 합니다. 매 순간순간의 판단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겁니다.

 
게임판 좌측이 유럽(현지 시장), 게임판 우측이 극동(타지 시장)입니다. 그리고 좌측에 나오는 다섯 인물들이 일꾼 놓기 칸에 해당합니다.


셋. 대리인 보내기

본격적으로 배들을 출항시키기 전, 여러분은 이 상업의 세계에 있는 인물들에게 대리인을 보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미 위에서 게임의 기본 흐름을 충분히 설명했으니, 그게 이해가 되었다면 이 아래에 나오는, 누구를 만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를 보면서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거의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 교역상(Trader)을 만나면, 차를 제외한 상품 중 하나를 이번 라운드 동안 1원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 투자자(Investor)를 만나면, 선박을 구입할 수도 있고, 유럽 카드(현지 시장 카드)를 내가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거나 앞사람이 선택한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 총독(Governor)을 만나면, 타지 시장에서 상품을 1원 싸게 사게 해 주는 교역소를 설치할 수도 있고, 극동 카드(타지 시장 카드)를 내가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거나 앞사람이 선택한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 선주(Shipowner)를 만나면, 선박을 구입하거나, 추가 구입한 선박을 대놓을 수 있고 화물을 보관하게도 해 주는 부두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선장(Captain)을 만나면, 출항 순서를 좌우하는 우선권을 높이거나, 항해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대리인은 어느 칸에든 보낼 수 있습니다. 즉, 독점적 선점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들어간 사람이 그 칸의 가장 큰 혜택을 받으며, 이후에 들어간 사람은 먼저 들어간 사람(들)에게 1원씩 돈을 줘야 합니다. 1원 한 푼이라도 아껴야 나중에 속이 썩어들어갈 일이 적은 이 게임에서는 대리인 보내기도 신중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 놓는 대리인 셋은 원하는 아무 칸에든 놓을 수 있지만, 다음 라운드부터는 그 일꾼이 현재 위치한 인물 및 그 좌우에 있는 인물의 행동만을 수행할 수 있으니 대리인을 보내 할 일로 못해도 한 라운드 뒤까지는 고려를 해야 유리합니다.

 
하단에 있는 사각 타일이 주식입니다. 내 주식이든 남의 주식이든 살 수 있으니, 주식으로 역전의 기회를 노려 보는 것도 유효합니다.


넷. 주식

플레이어마다 주식 7개씩을 증권 거래소에 둡니다. 여러분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주식을 사서 그 돈의 가치를 불립니다. 주식을 살 돈을 벌려면 라운드 동안 경영을 잘 해야 하는데, 경영을 잘 한 사람은 주식 가치가 그만큼 쭉쭉 올라갑니다. 내가 경영에서 좀 밀린다고 생각된다면, 잘나가는 사람의 주식을 눈치껏 쌀 때 잘 사 놓으세요. 주식 투자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운용에서 약간 밀린다 싶은 부분은 충분히 받쳐줄 겁니다.

주가는 매번 상승하지 않습니다. 이전 라운드보다 매출액을 높여야 상승합니다. 매출 규모가 떨어지면 당연히 주가가 하락합니다. 주가가 올라가면 뭐 얼마나 올라가겠나 싶겠지만, 누군가가 주식을 사도 1칸 올라가고 매출액을 잘 달성해도 1~5칸 올라가니 총 다섯 시대, 즉 5라운드를 진행하는 게임에서 성장 폭을 꽤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 믿고 무턱대고 주식에 투자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결국 주식 매수란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건데, 선적과 판매가 좋지 못하면 돈이 벌리지 않으니 주식 매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거든요. 한정된 돈으로 언제 회사에 투자하고 언제 주식에 투자할지, (하다못해 주식을 담보 잡더라도)어떻게 돈을 벌어들일지 등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디테일한 규칙들이 규칙서에 나와 있지만, 게임에서 중요한 건 위에서 이야기한 일련의 흐름입니다. 메커니즘적인 특성이 강해서 외운 뒤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류의 게임이 아니라, 일정한 원리에 따라 (특히 플레이어들의 선택과 행위에 의해) 매번 동적으로 변화하는 게임 상황을 읽고, 적절한 예측과 과감한 도박 사이의 조율을 해내는 사람이 승리를 거머쥡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히트>가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진행되는 매우 미시적인 플로우를 따라가는 게임이라면, <동인도회사>는 시장 변동을 두어 라운드 정도 폭으로 바라보는 거시적인 조망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로 게임의 완성도를 잔뜩 가미한 <마닐라>(특히 인터랙션의 측면에서)라고 평가합니다만 마닐라를 떠올리는 사람은 저 한 사람 정도밖에 없긴 하더군요. 플레이 인원수를 4인으로 종종 맞출 수 있는 분이라면 특히 추천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페스타에서 4명으로 현장 체험도 꼭 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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