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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데굴데굴 페이퍼 스튜디오 - 케메트
  • 2022-11-25 08: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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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워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게임이라고 하면 생각하듯이 놀이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은 아니고, 군사 작전 훈련의 일종이다. 전쟁 영화 같은 곳에서도 비슷한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지도 상에 군대 말을 배치해 가상의 대치 상황을 만들고 주사위를 굴려 가며 모의 전쟁을 하는 것이다. 적군과의 실제 전투에 대비해 대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여러 확률과 변수를 확인해 작전을 수립하거나 수정하기 위한 행위다. 이러한 워 게임은 근대 이전부터 여러 문화권의 군대에서 행해져 왔고, 현대에도 컴퓨터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 전쟁 훈련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말이 게임이지, 실제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이다 보니 적대세력과의 장비나 전력 차이, 지형이나 환경의 불균형 등 여러 요소들을 보정해주는 장치 같은 것은 없기에 상용 게임과는 많이 다르다. 플레이어 사이의 공평함 따위는 전혀 있을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승패가 사실상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지 전쟁놀이라고 하면 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족을 못 쓰는 것이 사람인지라 이런 군사용 워 게임을 흉내 낸 상용 워 게임들도 있는데, 보통 시중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워 게임이라는 것은 이런 상용 워 게임을 지칭한다. 엄밀하게는 이런 게임들을 군사용 워 게임과 구분해서 레크리에이셔널 워 게임이라고 부른다. <액시즈 앤 얼라이즈>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레크리에이셔널 워 게임이다. 하지만 레크리에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군사용과는 다르다 해도 <액시즈 앤 얼라이즈> 역시 충분히 복잡하고, 시리즈에 따라서는 한 번 하는 데에 6시간씩도 걸리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액시즈 앤 얼라이즈> 조차도 레크리에이션 워 게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가볍다는 이유로 워 게임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벌어질 정도니, 어지간해서는 발을 들이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데굴데굴 스튜디오가 본격적인 워 게임을 다루는 일도 거의 없을 것이다.
 

보드게임 큐레이션을 하다 보면 <스타크래프트>처럼 싸우는 보드게임은 없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이럴 때마다 레크리에이션 워 게임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슥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떠올랐다고 해서 추천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 애초에 한국어판이 나온 경우도 거의 없을뿐더러 다들 어렵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야를 넓히면 그나마 <여명의 제국> 같은 게임을 추천해볼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것도 테마만 비슷하지 <스타크래프트>의 대체재로 추천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테마 외의 방면에서 고심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게 이른바 영향력 게임이다. 사실 워 게임이라는 건 게임의 형식에 대한 분류고 영향력 게임이라는 건 게임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류이기에 워 게임이면서 영향력 게임인 게임이 많기도 하고, 영향력 게임 중 대부분은 병력 수로 승패를 가려서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 영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영향력 게임 명작을 추천하는 게 딱 적당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 보드게임 경험이 많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느낌을 원하는 사람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게 대체 무엇이 있느냐? 바로 이 게임, <케메트>다.

 

<케메트>는 고대 이집트 배경의 판타지 전쟁 게임이다. 게임의 제목인 “케메트”는 이집트의 비옥한 검은 땅을 의미하는데, 고대 이집트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각각 이집트의 신이 되어 인간들을 거느리고 다른 신과 전쟁을 벌인다. 플레이어마다 도시 하나와 유닛(병사) 10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말 그대로 <스타크래프트> 마냥 자원을 모아서 유닛을 소집하고, 건물도 짓고, 기술도 개발하고, 그러면서 전쟁도 하는 게임이다. 한 라운드에는 각자 5번씩의 행동 기회가 있어서 기도(자원 얻기), 모병(유닛 소집), 이동(병력 이동), 건설(건물 짓기), 획득(기술 개발)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돌아가며 행동을 한 번씩 하는 과정을 반복해 모두가 5번씩 행동하기까지를 낮이라고 부르고, 낮이 끝난 뒤에 라운드를 정리하는 시간을 밤이라고 부른다.
 

낮과 밤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전투에 승리하거나 사원(주요 거점)을 차지하고 있으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게임 중 내 총점이 9점을 넘고, 나보다 점수가 높은 사람이 없는 상태로 다음 자기 차례를 무사히 맞으면 곧바로 승리한다. 일정 점수를 달성했다고 해서 바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 판정 순간이 되기까지 다른 사람들의 차례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연합해서 게임 종료를 막아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끝까지 건설한 피라미드를 점유하고 있으면 이 역시 점수가 되기도 하며, 피라미드에는 그 외에도 점유하는 동안 그 피라미드 색깔에 따라 능력 타일을 구입할 수 있다는 특징 또한 존재한다. 물론, 피라미드를 높게 지을수록 급이 더 높은 타일을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게임에서 이런 건물들을 쟁탈하기 위한 전투가 빈번히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전투에서 이점을 차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보유한 피라미드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타일들이다. 플레이어는 이 피라미드를 통해 타일을 구입해서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멋진 신화적 창조물을 얻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의 건물이나 업그레이드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전투 환경이나 운용 방식 등은 간단한 편이지만, 변수가 다양하기에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부대를 이동시킬 때는 1칸씩 이동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신화적 창조물이나 그 외의 외부 요인에 따라 더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고, 비용을 내면 피라미드에서 오벨리스크까지 순간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수송선을 탄 것처럼 강을 순식간에 건너는 이동도 할 수 있다. 또, 게임에서 플레이어마다 보유할 수 있는 유닛이 12개밖에 안 되는데, 이는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보급품 200 제한과도 비슷해서 결국 모병해서 소모하고 또 모병해서 또 소모하는 싸움이 자연스레 펼쳐지게 된다. 기술, 영웅 등의 개념은 능력 타일 하나로 간략화되었지만 그럼에도 조합에 따라 매번 다양하게 전략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카탄> 정도의 게임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라면 무난히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의 난도 역시 제법 캐주얼하다. 실제로 게임 시간도 여느 레크리에이션 워 게임과는 달리 <카탄>보다 조금 더 걸리는 정도에서 그친다.

 

사실 <케메트>는 개정판이 한국어로 출시되기 전에도 이미 예전 판본을 다른 언어로 소지한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딱 이 정도 위치의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게임이 매우 좋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으로 나온 개정판은 예전 판본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우선 카드에 방어 무시 피해 개념이 추가돼서 카드에 의한 변수가 조금 더 커졌고, 전투에서 패배한 플레이어는 전투 경험 토큰이란 걸 받아서 나중에 카드나 자원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부대를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많아졌는데, 게임의 밸런스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분위기나 방향성을 좀 더 화끈하게 싸우는 쪽으로 유도하는 정도의 소폭 변화로 보인다. 오히려 가장 큰 차이는 <케메트 확장: 사자의 서>를 함께 사용하려면 개정판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 확장을 사용하면 유닛을 희생해 사용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능력이나 토트 같은 더 강력한 신성체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전략성을 기반으로 기본판의 신화적 요소를 더 깊이 즐길 수 있다. 물론 이 게임을 깊이 즐기기 위해 이집트의 신화와 신들에 대해 깊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 신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이 게임을 충분히 즐기고 난 후, 그 여운을 달래기 위해 시작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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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메트 프로모: 오벨리스크
    Kemet: Blood and Sand – 10 Obelisks and Divine Intervention card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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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naud Boudoiron, Pierre Santamaria, Arnaud Boudoiron, Camille Durand-Kriegel, Pierre Santamaria, Arnaud Boudoiron, Pierre Santa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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