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듄:임페리움 (익스 빼고)
이 게임은 게임하는 내내 진짜 진짜 진짜 너무 목 마릅니다.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물을, 책상 옆에 놓인 컵에 따라 벌컥 벌컥 마시는 것만으로도 게임 중 느끼는 고된 마음을 절반 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스파이스를 대체할만한 과자를 찾는 것은 어려워서, 급한대로 견과류를 씹으면서 게임을 즐겼습니다.)

역시 세계 랭킹 15위이랄지... 관록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르길, 보드게임계의 김피탕.(김치 피자 탕수육...) 어울릴리 없어!!! 라고 생각해온 메커니즘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맛의 하모니라고 했는데, 그 충격도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하나의 문화로 익숙해진 셈이죠.(실제로 주점이나 식당에서 김피탕을 파는 것도 그다지 센세이셔널하지 않게 되버렸고요.)

상대가 개사기 책략을 꺼낼 때면, '이게... 듄의 배경...아라키스의 혹독함??' 싶다가도
내가 고성능 책략을 사용해 한판 뒤집기를 시전할 때면 '아라키스의 혹독함을 맛봐라, 우민들아'라며 즉각 태세 전환을 즐길 수 있어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깊이 있게 우러나는 맛보다는 순간순간의 퍼즐링과 자극적인 상호작용이 좋은 분께 추천합니다.

한마디: 하갈 가문(1, 2인 게임에 사용되는 오토마 덱), 이 종이쪼가리 놈... 네 놈의 가문을 멸문시켜버리겠다

 
2. 사이드(윈드 갬빗 빼고)
같이 사이드해줄 사람이 없어서, 고독한 동부 유로파의 수호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더욱이 세팅에 1시간, 오토마 규칙 처음이라 공부하는데 30분...
1시간 30분이 지나 전쟁을 시작하자, 한낱 종이쪼가리에게 동부 유로파를 모조리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중후반네 기어코 메크 3대를 몰아 팩토리 일점 돌파를 시도했고, 적국의 캐릭터를 무력화시키고 나니 간신히 점수를 낼 타이밍이 생겨 6별 달성 후 아슬아슬하게 승리..!

오토마에 좀 더 익숙해지면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서사를 하나의 대체역사 드라마로 즐기기가 더욱 쉬워질 것 같습니다.
고정 파티로 하면 이런 즐거움이 더 커지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시스템을 이미 잘 도입한 게임인 '맹세'가 있었네요.

혼자서 즐기는 볼륨이라고 하기엔 꽤 덩치가 커서 퇴근 후에 테이블을 펴기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야쿱 로잘스키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특유의 차가운... 폭풍 속의 평화를 느끼고 싶은 분께는 강력 추천합니다.

한마디: 오토마 덱이 자신보다 전략적 판단력과 탁월한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할 수록 게임에 이기기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