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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언던티드 시리즈 기획] 2. <언던티드> 이야기
  • 2023-05-17 09:31:01

  • 13

  • 983

관리자 [GM]신나요


글: [GM]찰리

 
[언던티드 시리즈 기획] 1. 전쟁 게임 바로가기



 이번 17회 골든 긱 어워드에서 <언던티드> 시리즈의 신작인 ‘undaunted: stalingrad’가 전쟁 게임 부문 수상을 수상하며, 시리즈가 4년 동안 연달아 수상과 입상을 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본격적으로 <언던티드>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역대 골든긱 전쟁 게임 및 2인 게임 부문에 관해

 <언던티드> 시리즈에 대한 전쟁 게임 매니아들의 지지는 가히 압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선 역대 골든긱 전쟁 게임 및 2인 게임 부문 수상작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도 전쟁 게임 수상작 2인 게임 수상작
2006 황혼의 투쟁 황혼의 투쟁
2007 Combat Commander: Europe BattleLore
Commands & Clolors: Ancients
2008 Hannibal: Rome vs Carthage Hannibal: Rome vs Carthage
2009 Combat Commander: Pacific Space Hulk(Third Edition)
2010 Washington’s War Washington’s War
2011 A Few Acres of Snow A Few Acres of Snow
2012 Sekigahara: The Unification of Japan 안드로이드: 넷 러너
2013 1775: Rebellion 스타워즈 X윙 미니어처 게임
2014 Fire in the Lake Star Realms
2015 Churchill 7원더스: 대결
2016 Falling Sky: The Gallic Revolt Against Caesar 스타워즈 리벨리온
2017 878 Vikings: Invasions of England 코드네임 듀엣
2018 Hannibal & Hamilcar 키포지: Call of the Archons
2019 언던티드: 노르망디 워터게이트
2020 제국의 투쟁 언던티드: 북아프리카
2021 언던티드: Reinforcements 래드랜드
2022 언던티드: Stalingrad 스플렌더 듀얼

 2인 게임 수상작들을 보면 전쟁 게임 비중이 높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아예 두 부문을 모두 석권한 게임이 셋이나 있기도 합니다. 전쟁 게임은 다른 보드게임과는 다른 뿌리에서 출발하였고, 오랜 세월 1대 1 대결 게임 형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2인 게임을 고르면 전쟁 게임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점차 전쟁 게임이 아닌 장르에서도 완성도 높은 2인 게임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12년부터는 2인 게임 수상작은 다양한 장르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20년 <언던티드: 북아프리카>가 2인 게임상을 수상했던 것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제국의 투쟁>과 <언던티드: 북아프리카>는 두 부문에 모두 후보로 올랐는데, 각각 전쟁 게임 부문과 2인 게임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언던티드> 시리즈의 대중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던티드> 시리즈는 신선하면서도 쉽고 전략성이 높은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전쟁 게임 부문을 주목해 보면, 국가간 전쟁 급의 대규모 전쟁을 다루는 대전략 게임이 전역을 다루는 전술 게임보다 많은 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까지의 수상작 13개 중 전술 게임은 ‘Combat Commander’ 시리즈 두 편 뿐입니다. 전쟁 게임의 주류가 전술 게임에서 역사 시뮬레이션을 강화한 대전략 게임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전술 게임의 수요가 미니어처 게임으로 일부 넘어가면서 전술 게임의 발전을 자극할만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2019년 <언던티드: 노르망디>가 출시된 이후부터는 2020년 <제국의 투쟁>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술 게임인 <언던티드> 시리즈가 수상을 이어 나갔습니다. 대전략 전쟁 게임을 선호하던 시장에 다시 전술 게임의 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2. <언던티드>만의 자산 

 <언턴티드>가 ‘Squad Leader’의 유산을 이어받은 게임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게임의 유일한 적자는 아닙니다. GMT의 ‘Combat Commander’ 시리즈 등 ‘Squad Leader’의 유산을 이어받은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던티드> 시리즈 또한 큰 틀에서 이러한 게임과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산 외에도 <언던티드> 시리즈만의 자산이 있고, 그 자산이 명작의 유산과 결합되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Squad Leader”와도 종종 비교되는 GMT Games의 “Combat Commander: Pacific”. 복잡해 보이지만, “Squad Leader”의 후속작인 “Advanced Squad Leader”와 비교하면 간결하고 쉽다는 평을 받는다. (출처: 보드게임긱)


 저는 <언던티드> 시리즈의 규칙의 기존의 전술 게임과 비교하여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판 위에 병력을 배치하고, 카드를 사용해 병력에게 명령을 내리고, 시나리오 목표를 달성해 승리한다는 틀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언던티드>의 혁신은 구성물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단순히 좋은 구성물을 사용했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 전술 게임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방식을 도입하거나 구성물이 담당하던 정보를 재배치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언던티드>가 쉬우면서도 전략적인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그런 방향으로 차별화되게끔 구성물을 다시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전쟁 게임은 게이머스 게임 중에서도 매니악한 장르다 보니, 판매량이 적어서 구성물에 힘을 주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흔히 GMT 표준으로 불리는 방식인 종이 타일과 지도로만 구성물을 만든 경우가 많으며, 가끔 메커니즘을 위해 나무 블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구성물을 사용한 이유는 단순히 원가 절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대규모 병력을 지도에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Axis & Allies”처럼 플라스틱 모형을 사용하는 것은 멋이야 있겠지만, 대부분의 전쟁 게임에서는 가격은 물론 게임의 방향성 때문에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구성물을 비롯한 게임 내의 디자인 요소는 단순히 멋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더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시인성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전쟁 게임의 주류적인 구성물은 멋은 둘째치고 시인성과 편의성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작은 종이 타일 유닛에 너무 많은 정보가 적혀 있다거나, 종이 타일 유닛이 쌓여 군단을 이루면 군단에 어떤 병력이 얼마나 있는지 잘 보이질 않는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원래 전쟁 게임이 이렇다고 말하기에는 20세기부터 즐기던 방식에서 발전한 것이 없어 보였지요.

 
 “Here I Stand”의 플레이 장면. 칸마다 병력이 얼마나 있는 것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출처: 보드게임긱)
 
 “Axis & Allies”처럼 플라스틱 말을 사용한다면 직관성은 높아지지만, 게임판 위에 말을 올려놓기 위해 한 칸의 크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Here I Stand’에서는 수많은 도시로 표현된 독일이 이 게임에서는 고작 단 한 칸으로 표현되어 있다. 실제 전쟁에서 연합군은 베를린 진격을 위해 다양한 진격로를 고민해야 했지만, 이 게임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출처: 보드게임긱)


 위의 예시로 든 두 게임은 전술 게임이 아니라 대전략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전술 게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전쟁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구성물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기보다는 새로운 소재와 그에 맞는 규칙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키가하라>처럼 군계일학 같은 전쟁 게임이 나올 때도 있기는 합니다. 네, 저는 지금 <언던티드> 시리즈가 <세키가하라>만큼 혁신적인 전쟁 게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혁신적인지에 대해서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1) 게임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혁신은 게임판입니다. 게임판의 칸의 수를 줄이고 한 칸을 큰 정사각형으로 만든 것입니다. 전쟁 게임에서 칸은 전술이 수행되는 기본 단위로 칸의 수와 모양은 전술의 다양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전술 지향형 전쟁 게임이 괜히 수많은 육각형 격자로 이뤄진 게임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각형 칸에서는 전진할 수 있는 칸이 셋이기 때문에 내 유닛의 정면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한 번에 우회 전진하는 방법이 둘이나 있지만, 사각형 칸에서는 전진할 수 있는 칸이 막히면 우회 전진에 이동을 두 번이나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벼운 전술 게임을 지향하는 ‘Heroes of Normandie’. 가볍게 즐기기 좋은 전술 게임이지만, 전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각형 칸으로 구성된 게임판의 단점이 이러한 평가에 큰 축을 차지한다. (출처: 보드게임긱)

 
 <언던티드> 시리즈는 이 딜레마를 한 칸을 큰 타일로 만든 다음, 타일을 지그재그로 붙여서 해결했습니다. 이 방식은 사각형 칸을 사용하지만, 사각형 칸이 실질적으로는 육각형 칸으로 기능하게끔 합니다. 한 칸의 크기를 키워 토큰이 여러 개 놓이더라도 모두 잘 보이면서, 사각형 칸이라 게임판을 찾거나 알아보기 편리하며, 육각형 칸의 전략성도 살리는 혁신적인 방법인 것이지요. 
  
 
 칸마다 그려진 지형지물은 게임에서 별다른 효과는 없어도 게임이 제공하려는 서사를 충분히 납득하게끔 해준다. 고작 15칸이지만, 큰 밭으로 가득 메워진 타일을 보면 소총수가 한 차례에 고작 한 칸만 이동하는 것이 답답하지 않게 된다. (출처: 보드게임긱)


 칸 개수가 줄어들면 전술적 선택지가 줄어 게임의 재미를 해칠 우려가 있지만, <언던티드> 시리즈는 이 부분을 규칙으로 절묘하게 해결했습니다. 바로 전장의 안개입니다.



 2) 전장의 안개

 전장의 안개(Fog of War)는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처음 만든 개념으로 전쟁에는 불확실한 영역이 많아서 본질적으로 우연의 영역에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기도 하고, 완벽했던 전략도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전장의 안개는 시야 밖의 정보를 플레이어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기 군용 전쟁 게임에서부터 도입이 되었으며, 오늘날 전략 비디오 게임에서는 게임의 불확실성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전장의 안개가 없다면 <스타크래프트>의 수많은 날빌도 없었을 것이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우리 팀 탑 라이너가 혼자서 라인을 밀다가 갱을 당해놓고 정글차이를 외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정찰을 나가는 SCV. 전장의 안개가 없는 비디오 전략 게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전장의 안개는 보편적으로 퍼져있다. <출처: 게임동아>


 전장의 안개는 이렇게 게임에서도 보편적인 개념이 되었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어렵습니다. 초기 군용 전쟁 게임에서는 심판을 통해 전장의 안개를 표현했습니다.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제삼자를 두고, 각 플레이어는 모든 정보가 표현되지 않은 게임판을 보고 게임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훈련을 겸했던 당시의 군용 전쟁 게임과는 달리 오늘날 상업용 전쟁 게임에서 상시로 심판을 두기는 어렵습니다. 컴퓨터가 심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과는 달리 보드게임에서 전장의 안개를 구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드러난 정보 중 일부를 숨기는 것입니다. <스트라테고>처럼 어떤 칸에 무언가 있다는 것은 알아도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상대방의 유닛의 정체를 숨길지언정 위치정보는 고스란히 노출하기 때문에 전장의 안개의 원래 의미와는 거리가 먼 방식이었습니다. 

 
 ‘Squad Leader’의 개정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Advanced Squad Leader’에서는 전장의 안개를 위와 같이 표현했다. 보드게임이라는 매체의 한계 속에서 비대칭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이었지만, 번거롭고 생각보다 덜 효과적이라는 평가로 인해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는 방식은 아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다른 방식은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카드는 보드게임에서 비대칭 정보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전쟁 게임은 행동 카드를 사용하도록 설계하여 유닛에게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게임의 정보 비대칭성을 설계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스트라테고> 방식을 채택한 ‘Squad Leader’도 행동 카드를 채택하여 게임의 정보 비대칭성을 늘렸습니다. 이 방식은 분명 효율적이지만, 전장의 안개라는 개념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언던티드> 시리즈는 전장의 안개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여 이 부분을 극복했습니다. 이 게임에서 전장의 안개 카드는 통신 두절로 인한 혼란을 의미합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전장의 안개를 걷어내는 정찰이 이 게임에서는 전장의 안개를 추가하는 이유는 전장을 넓혀서 소대장의 명령이 일선 병력에 제대로 전달될 수 없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인 것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적 척후병의 은폐는 일선 분대를 기만하여 우리의 정보에 혼선을 주기에 전장의 안개를 추가하고, 우리 척후병의 척후는 일선 부대의 상황을 소대장에게 보고하고 소대장의 명령을 다시 일선으로 전달하여 혼선을 없애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그 기회비용으로 전장을 넓혀서 부대를 진군시킬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게임은 전쟁을 수행할수록 전장의 안개가 걷히고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명확했던 것이 흐릿해지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입니다. 색다르지만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장의 안개의 본질에는 더 가까운 방식인 것이지요.

 이 전장의 안개 때문에 게임판에 칸의 수가 적더라도 전략이 단순해지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의 혼란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병력을 진군시킬 것인지, 아니면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차근차근 진군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 과감하게 전선을 넓히면 일선 부대에 명령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혼선이 생길 것이고, 너무 조심스럽게 전진하면 적에게 요충지를 모두 뺏겨서 승리에서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언던티드> 시리즈의 전장의 안개는 게임의 전략성을 높이면서도 복잡한 규칙이 아니라 플레이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테마와도 굉장히 잘 맞아떨어지기까지 합니다. 전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잔룰이 많은 기존 전쟁 게임들과 대비되는 면이지요. 



 3) 효율적인 정보 배치

 전쟁 게임의 한 유닛에는 체력, 공격력, 방어력을 비롯한 다양한 스탯과 그 유닛만의 특수 능력이 부여됩니다. 유닛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정보는 점점 많아져서 구성물 안에 담기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진행하면서 규칙서를 다시 읽어보게 되는 일이 왕왕 일어나기도 합니다.

 <언던티드> 시리즈는 다른 전쟁 게임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정보량이 적은 편이지만, 그 정보들을 구성물에 효과적으로 나누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면 규칙서를 다시 찾아볼 일이 거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출처: <언던티드: 노르망디> 규칙서 4쪽)


 이 게임에서 유닛을 나타내는 구성물은 전투 카운터와 카드입니다. 전투 카운터는 게임판 위에서 유닛의 위치를 나타내고, 카드는 플레이어가 그 유닛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나타냅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점은 전투 카운터에 공격력과 체력이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체력은 카드를 잃는 방식으로 표시하고, 공격력은 카드에서 공격 X라는 행동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전투 카운터는 상대방도 보는 정보이니, 상대방에게 더 중요한 정보만 남겨서 구성물의 가시성을 높인 것입니다. 

 한편 카드에는 그 유닛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키워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유닛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시점은 카드를 사용하는 시점이니, 이 정보들은 카드에 집중시킨 것입니다. 한편 플레이버 텍스트를 대신하여 들어간 병사의 이름은 카드를 제거하여 체력을 잃는 것이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분대에 소속된 병사가 전사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3. 쉬운 것이 아니라 본질에 가까워진

 라이스위츠의 ‘Kriegsspiel’을 즐기던 프로이센 장교였던 빌헬름 야콥 메켈 중위는 이 게임의 복잡한 규칙을 비판하는 논물을 1873년과 1875년에 발표합니다. 그가 비판한 부분은 다음의 네 가지였습니다.
  1.  규칙이 심판의 재량을 구속하여 심판이 가진 전문 지식을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
  2.  현실 세계는 복잡하고 변화하는 반면 규칙은 너무 경직되어 실제 전투에서 가능한 모든 결과물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3.  사상자 계산 방식이 게임을 늘어지게 만들고 플레이어의 결정에 조금 영향을 주기도 한다.
  4.  규칙이 너무 복잡해서 전쟁 게임을 배우려는 장교가 없다.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는 장교들이 늘면서 프로이센 장교단이 즐기는 전쟁 게임은 베르디 장군이 제안한 라이스위츠의 ‘Kriegsspiel’에서 규칙을 거의 빼고 심판의 재량을 크게 늘린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프로이센 장교들이 생각하기에 전쟁 게임에서 중요했던 것은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빡빡한 규칙이 아니라, 일선 부대가 사령관의 명령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행하느냐를 판정해 주는 심판의 역할과 전장의 안개와 같은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던 것입니다. 

 <언던티드> 시리즈는 단순히 쉬운 전쟁 게임이나 덱 빌딩 요소를 가미한 전쟁 게임으로 평가받을 게임이 아닙니다. 그런 단순한 게임이었다면 4년 동안 시리즈가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을 리가 없습니다. <언던티드> 시리즈는 빌헬름 중위와 비슷한 질문을 오늘날 전쟁 게임 업계에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잡한 규칙들이 정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재미있는 것이 맞는지 말입니다.



4. 번외: 시리즈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전쟁 게임과 <언던티드> 시리즈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개별 게임에 대한 소개가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사 말미에 간략하게 각 시리즈를 소개하며 기획기사를 마치려고 합니다.



 1) <언던티드: 노르망디>
 
  

 시간이 지나면 <언던티드: 노르망디>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쟁 영화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쟁 게임계의 흐름을 바꾼 게임으로 평가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시리즈의 핵심적인 개념은 첫 작품에서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이후의 시리즈는 첫 작품에 새로운 요소를 조금씩 첨가한 수준이었습니다.



 2) <언던티드: 북아프리카>
  


 전쟁 콘텐츠, 특히 2차 세계 대전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갑 빠진 2차 세계 대전은 앙고 없는 찐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언던티드: 노르망디>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보병 소대 간의 전투에 집중하여 기갑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언던티드: 북아프리카>는 그 아쉬운 점이 다소 해결되었습니다. 새로운 전장인 북아프리카에는 전차를 비롯해 병사들이 탑승할 수 있는 다양한 차량 장비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량과 관련된 여러 시나리오 목표도 추가되어 보다 다채로운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콘텐츠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이탈리아군과 영국의 장거리 사막 정찰대 간의 대결을 다룬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3) ‘Undaunted: Reinforcement’
 
 
(출처: 보드게임긱)


 <언던티드> 시리즈의 4연속 수상 기록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2021년 ‘Undaunted: Reinforcement’입니다. 다른 쟁쟁한 신작 게임을 제치고 콘텐츠 추가 확장팩이 골든긱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 시리즈 전반에 대한 팬들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이 게임에는 2인 게임이던 <언던티드: 노르망디>와 <언던티드: 북아프리카>를 1명 또는 4명이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모드를 비롯한 여러 시나리오 팩과 신규 지휘부 카드, 그리고 아마도 많은 전쟁 게임 매니아들이 원해 마지않았을 탱크 유닛이 추가됩니다. <언던티드: 북아프리카>에서 등장한 차량은 빈 차량에 보병을 태워서 직접 움직이는 장비 취급이었던 반면, ‘Undaunted: Reinforcement’는 전투 카운터와 전투 카드를 모두 갖춘 유닛으로 취급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게임이 고평가 받는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Undaunted: Stalingrad’

 
(출처: 보드게임긱)


 2차 세계 대전에서 가장 참혹했던 전투인 스탈린그라드 전투 전역을 다룬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이라면 레거시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해금되는 요소도 있지만, 앞의 전투에서 전사한 카드는 캠페인에서 제거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레거시 게임이기 때문에 이전 작들에 비해서 콘텐츠 볼륨이 더 크고 가격도 더 비쌉니다. 하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라는 소재에 레거시 요소를 추가하여 설득력이 높은 게임을 선보였기 때문에 팬들의 지지를 받았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현재까지 출시된 <언던티드> 시리즈의 상자 크기를 비교한 사진을 보시면 각 게임에 들어있는 콘텐츠 볼륨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5) ‘Undaunted: Battle of Britian’
 
 (출처: 보드게임긱)
 

 레거시 게임까지 나왔겠다, 이 시리즈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 개발 중인 게임 소식이 있습니다. 작가가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영국 본토 항공전을 다루는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게임이 나올지, 그리고 이 게임 역시 전작들처럼 전쟁 게임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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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0 첫눈처럼
    • 2023-05-17 11:56:22

    워게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언던티드는 재밌었는데 이런차이가 있었군요
    • Lv.52 상후니
    • 2023-05-17 16:48:27

    1인도 해볼 수 있도록 레인포스먼트?도 한글화해주세요~
    • Lv.2 밤짱
    • 2023-05-18 10:36:02

    차기작들도 정발 기대합니다~^^
    • Lv.1 DNbear
    • 2023-05-26 09:09:43

    잘 읽었습니다. 정발 제발.. ㅠㅠㅠㅠ
    • Lv.5 vallentine
    • 2023-05-30 12:56:08

    언던티드 정말 재미있습니다~ 꼭 해보세요~
    • Lv.1 플루오로안티몬산
    • 2023-06-04 15:46:03

    리인포스먼트, 스탈린그라드, 배틀 오브 브리튼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정발 꼭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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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 슬더스 도색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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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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